밥솥보단 술독에 가까운 중장년男, 이젠 밑반찬 만드는 법 배워볼까요
▲ 삼산종합복지관 '4060 쿠션센터' 참가자들이 밑반찬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산종합사회복지관

#중국 하얼빈 출신 이영민(59·가명)씨는 10여년 전 한국으로 귀화해 재능을 살려 마사지 업소를 차렸다. 큰 돈을 벌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사기를 당해 사업에 실패했다. 업소에 낯선 이들이 찾아와 폭력을 휘둘러 목에 부상을 입는 예상치 못한 고난도 겪었다. 이후 새 출발을 시도했으나 한국말이 서툴다 보니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사기와 폭력으로 인한 합의금조차 받지 못했다. 건강악화까지 더해져 삶에 대한 의욕을 점차 잃어갔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면서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씨는 인천 삼산종합사회복지관이 부평지역 중장년 독거남성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우울·고독사 예방프로그램 '4060 쿠션센터'에 참여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주변의 도움으로 합의금을 받게 돼 병원 치료비와 생계비 문제도 해결했다. 쿠션센터에서 만난 이웃사촌들은 어느새 이씨를 돕고 걱정해주는 가족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는 더 이상 홀로 외롭게 삶의 무게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

삼산종합사회복지관의 '4060 쿠션센터' 프로그램이 위기에 놓인 중장년 남성들의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복지관은 노인 등 다른 취약계층에 비해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중장년 남성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쿠션센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올 초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 추진에 나섰고 6개월간의 참가자 발굴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40~50대 후반 남성 14명이 매주 2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쿠션센터 프로그램은 ▲정신건강지원 ▲개별적 사례 관리 ▲심리정서지원 ▲신체위생지원 ▲자조역할지원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으로 구성된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고 술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밑반찬 만드는 법을 알려주거나 생활용품과 의류구매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의 관심에 따라 소모임을 구성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씨처럼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던 남성들은 동료와 친구를 찾았다. 복지관은 참여자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직업이 없는 사정을 고려해 부업과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알선하고 있다.

최현진 삼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인천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위기에 놓인 중장년 독거 남성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줄 수 있었다"며 "지역에 협조를 구해 지속적으로 위기 남성들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