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업계 불만 쏟아내
GM, 인천기업 사회적 책임
현대글로비스 상도덕 지적

인천항을 통하던 한국지엠 수출차 6만여대가 내년부터 평택·당진항에서 수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천항 업계는 글로벌GM·한국지엠과 현대글로비스를 겨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GM에는 '인천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현대글로비스에는 '상도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인천일보 11월9일자 1면>

11일 인천항 업계 관계자들은 GM과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너무하다'라며 입을 모았다. GM에 제기되는 비판은 주로 사회적 책임이다. 인천에서 영업하고 있으니, 인천항을 이용하는 게 지역 기업의 역할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필이면 경쟁항인 평택항으로 물량을 보낸다니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인천에서 팔아준 차가 많을 텐데 지역기엽으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를 향하는 비판은 GM보다 거세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수출물량을 처리하는 2자물류(2PL) 회사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현대글로비스도 일감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지엠 수출 물량에 손을 댔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성장할 때 경쟁 없이 모기업의 힘을 이용하다, 어려울 때 다른 기업의 물량을 뺏는 셈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상도가 없다. 인천항에서 평택 물량을 가져오면 가만히 있었겠는가"라며 "외국 기업도 아니고 국내 기업이 이러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려는 게 기업의 속성임을 감안하면, 과연 GM과 현대글로비스를 탓할 수 있느냐는 다른 시선도 일부 있다. 지난 8월 한국지엠은 인천내항부두운영과 하역료 인상에도 합의한 바 있다.

관계 당국이 뾰족한 수를 낼 수 없다는 점도 답답함을 키우고 있다. 이번 계약을 관계 당국에서 막거나,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GM이 미국계 기업임을 감안하면 관계당국이 움직였다가 자칫 '통상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한 항만 관계자는 "관련 기관에서 고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를 내놓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물량을 더 뺏기지 않으려면 이번 일을 계기로 내항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