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항목 조례 일방적 삭제해
신뢰 따지는 제도적장치 소멸
인천시가 도시정비구역 주민들의 알권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정비사업의 개인별 분담금을 시 누리집에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데다, 분담금 적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조례 내용을 인천시의회 허락 없이 멋대로 삭제해 파장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3면
인천시의회 신은호(민·부평1) 의원은 9일 시의회에서 진행된 건설교통위원회 시 도시재생건설국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인천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명시된 추정 분담금 공개 조항을 지키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 하위 항목을 일방적으로 삭제했다"며 시 집행부를 질타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조례 19조 1·2항은 조합 임원 등이 추정 분담금을 시가 운영 중인 '추정 분담금 정보 시스템'에 공개해 토지 소유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시는 지금까지 추정 분담금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조합을 대상으로 별다른 지도 점검을 하지 않았다.
추정 분담금은 도시정비사업 추진 시 토지 소유주가 내야 할 금액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사업 구역 기초 정보, 설계 정보, 총수입 추정치, 총사업비 추정액, 종전 자산 추정액 등을 바탕으로 분담금을 가늠해 토지 소유주들이 정비 사업에 찬성 혹은 반대할지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시가 도시정비구역 주민들의 알권리 보장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신 의원은 "조례가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됐는데 시가 추정 분담금 공개 여부를 점검해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 이는 직무태만"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관할 구청장 등이 추정 분담금 정보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을 시가 임의로 삭제한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는 올 7월 해당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당시 이 내용이 담긴 19조 3항을 포함해 놓고, 정작 지난달 시의회에 상정할 때는 멋대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례안은 3항이 삭제된 채 가결됐다.
이 탓에 조합이 산정한 추정 분담금의 신뢰성을 따져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지게 됐다는 게 신 의원의 지적이다.
시가 3항을 임의로 삭제한 것을 두고 조례의 중요 내용이 변경된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 다시 입법 예고를 해야 한다는 '인천시 자치법류 입법에 관한 조례'를 어긴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신 의원은 "추정 분담금은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토지 소유자들의 입장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라며 "집행부가 시의회와 상의 없이 판단해 3항을 삭제한 건 온당치 않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는 추정 분담금 지도 점검이 미흡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3항 삭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정 분담금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없는데다 추정 분담금 산정에 워낙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변동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초단체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세종 시 주거재생과장은 "추정 분담금 적정성 여부와 관련해선 어디까지가 적정하다고 봐야 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며 "해당 조항을 삭제해도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