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내달 9일까지 무진형제의 '여름으로 가는 문'
▲ 백남준아트센터 'The Door in to Summer'.

성장 길목에서 선 소년의 '무용'한 행동 통해
세상이 만든 인식 속 인간 추구할 가치 반추





백남준아트센터는 2018 랜덤 액세스 두 번째 프로젝트로 무진형제의 '여름으로 가는 문'을 12월9일까지 1층 메자닌 스페이스에서 개최한다.

무진형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서 포착한 낯설고 기이한 감각과 이미지를 다양한 미술적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다채로운 예술적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미디어 작가 그룹이다.

이번 전시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무진형제는 동명의 신작을 선보인다.

봄(生)이 지나 성숙의 계절 가을(收)이 오기 전, 성장의 시기인 여름(長) 한복판에서 자신은 작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매일 새벽 줄넘기를 하는 소년이 있다.

무진형제는 자신만의 속도로 제자리에서 줄넘기를 하며 치열하게 여름을 보내고 있는 한 소년을 주목한다.

소년은 매일 아침 새벽 6시에 집 근처 공원에서 혼자 4000개의 줄넘기를 하며, 세상이 만들어놓은 인식과 척도에서 벗어난 '무용(無用)해 보이는 짓'을 하고 있지만, 분명 자신만의 논리와 규칙 속에서 처절한 절망과 치열한 삶의 한 마디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무더웠던 올 여름에도 소년은 여름의 열기도 잊고 자신만의 속도로 제자리에서 줄을 뛰어 넘으며 치열하게 여름을 보냈다.

무진형제는 2채널 미디어 작업인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지난여름 무더위에도 쉼 없이 줄넘기하는 소년과 그 소년이 발 딛고 서 있는 땅위를 가르는 그래픽으로 표현된 뜨거운 땅의 열기, 지구의 모습을 병치하여 보여준다.

하얀 격자 타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사회의 인식과 척도를 상징하는 듯하다.

사회가 소년에게 공부와 기술배우기 등 마땅히 그 나이에 해야만 하는 역할을 지우는 것, 또는 지구를 정밀하게 쪼개고 나누어 경계를 짓고 분석하는 것은 바로 사회의 척도 같은 것이다.

이 하얀 격자 공간은 점점 깨지고 벗겨지는데, 그 깨진 틈새 사이로 균열의 이미지들이 밝게 빛난다.

무진형제가 조성한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흐트러짐 없어 보이는 세계상의 공간을 거닐며 균열들이 내뿜는 빛과, 그 속에서도 말뚝처럼 박혀 제 나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소년, 그리고 지구의 영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제자리에서 줄을 넘는 소년의 무용(無用)의 모습은 세상이 만든 인식과 척도의 문을 열고 우리가 추구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기를 제안하고 있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