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사무 일부를 지방에 넘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방분권의 첫 단추'인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은 지난 2004년부터 당시 행정자치부와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추진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 지정 문제 등으로 그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기조와 지난 5월 여야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법안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66개 법률의 일괄 개정안을 담은 일명 '지방이양일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됐다.

제정 후에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법령 정비와 자료 이관·정보 공유 등 이양에 따른 사전준비를 위해 시행유예기간 1년을 둘 예정이다.
지방이양일괄법은 권한 이양을 위해 개정이 필요한 법률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동시에 개정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이 이뤄지면 19개 부처 소관 66개 법률의 571개 사무가 지방에 이양된다.
이중 393개 국가 사무가 경기도로 넘어올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지방항만 개발·관리 권한과 지역 내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권한 등이 국가에서 지방으로 이양될 예정이다.

우선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가격표시 명령에 관한 국가 사무를 도가 국가와 공동으로 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육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에 상응하는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승인 등에 관한 사무도 이양된다.
지방문화원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던 것도 도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도는 지방상공회의소에 대한 설립·정관 변경 인가·감독사무, 지방 소도읍 지정 및 해제도 담당하게 된다.
지자체가 보조한 사업과 관련, 농업협동조합에 대한 감독권한도 도가 갖는다.

횡단보도, 가변차로 설치도 국가에서 도나 시·군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농공단지의 관리기본계획 승인 등의 사무를 시·도 외에 인수 50만 이상의 대도시도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화성, 남양주 등이 독자적인 농공단지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록·폐관 신고 등도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대한 업무와 권한도 늘어나는 만큼 인력·예산 확충 문제는 남은 숙제다.
정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자치분권위원회에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위원회에서는 국가가 지자체에 권한 및 사무를 이양하는 경우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필요한 인력 및 재정 소요 등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조사·평가할 수 있다.

이 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와 지방의 갈등의 여지는 남아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국가 사무 이양은 오래 전에 하기로 한것이지만 그동안 흐지부지 된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치분권 기조를 반영하기에는 약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사무와 인력·예산 확충이 문제인데 내년에 이 문제를 두고 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