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티켓 '매크로'로 수십장 산 뒤 비싸게 되팔아
팬들 예매 못할라 '대켓팅' … KBO 재판매앱 출시
인천 송도에 위치한 '아트센터 인천' 개관 공연 예매가 시작된 지난 1일 오후 2시. 낮 시간이었음에도 1727개의 좌석은 1~2분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산타체칠리라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알려지자 표는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날 회사에서 짬을 내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김승윤(29)씨는 "접속창이 10여초간 꿈쩍도 안하더니 이내 전석이 매진됐다"며 "대학 수강신청 이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공연시장 규모는 748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전국 공연 티켓 판매액은 3650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입원을 차지한다. 여기에 스포츠경기 입장 수입료 1094억원까지 더하면 매년 5000억 가까운 티켓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예매는 인터넷으로 이뤄진다. 정해진 시간 예매 사이트가 열리면 동시에 접속해서 선착순으로 좌석을 선점하는 형태다. 클릭만 잘하면 모든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이지만 문제는 온라인 암표상이다. 자동 프로그램을 활용해 다수의 좌석을 사들인 뒤 원가 이상의 가격으로 표를 되팔고 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인천 공연도 예매가 끝난 직후부터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판매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자리인 R석(정가 18만원)이 20만원대 후반인 건 그나마 낫다. 5만원인 B석 2장이 17만원이 되고 14만원인 S석이 23만원이 된다. 이렇게 웃돈 얹힌 티켓을 일부 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구매하기도 한다.

반면 티켓팅을 위해 대행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팬들도 있다. 좋은 자리를 예매하도록 '클릭 잘하는' 사람을 대신 쓰는 이른바 '대켓팅'이다. SNS에서 볼 수 있는 아이돌 공연 대켓팅 제시 금액은 적으면 20만원대였다. 실제 NCT 공연 대켓팅 구인글을 올린 A씨는 "이 금액도 적다. 45만원까지 제시한 사람도 봤다"며 "비싸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텐데 더 불러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간 티켓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안전장치를 마련, 거래 시장을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프로스포츠를 중심으로 '2차 티켓 시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트시즌에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KBO 리세일'을 출시했다.

비정상적인 재판매를 막고 검증된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간 안전하게 거래하라는 의미로 기획됐다. 단 판매액은 원가의 130% 이내로만 가능하게 설정했다.

이에 대해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특히 스포츠 경기는 당일 날씨, 컨디션, 상대팀 등 갖가지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2차 티켓 시장이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개인 선호를 바탕으로 좋은 경기에는 좀 더 많은 가격을, 나쁘다고 생각한 경기에는 낮은 비용을 내게 된다"며 "즉 소비자들이 구단 운영에 참여해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유럽 등 2차 시장 도입 사례를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경기라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게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