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 5쌍, 수십년 만에 행복한 웨딩마치
장애인 부부 5쌍, 수십년 만에 행복한 웨딩마치
  • 김신영
  • 승인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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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 합동결혼식
▲ 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 주최로 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메리빌리아 웨딩홀에서 열린 '2018 인천광역시 장애인 합동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들이 혼인선언문 낭독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아내를 보니 다시 사랑이 싹트는 것 같아요."


40년 전 지체장애 4급을 앓고 있는 아내 김정자(64)씨와 만난 지용택(67)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며 5남매를 낳아 길렀다. 3명의 딸은 일찌감치 결혼해 귀여운 손주들을 낳았고 아들들은 모두 장성해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한 지 수십년이 지나서야 여유를 찾은 이들에게 얼마 전 결혼식 제안이 들어왔다. 아내 김씨가 속해 있는 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부부를 위한 결혼식을 열어주고 싶다고 한 것. 언젠가 꼭 한 번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싶었던 지씨는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흔쾌히 승낙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를 보니 흐뭇하고 기쁘다"며 "식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딸들과 손주들을 초대해 이렇게나마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자식들에게만 사랑을 베푸느라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이제는 곁에 있는 남편을 더욱 존중하며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최재식(56)씨는 아내 박정순(46)씨와 16년 만에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교회에서 소규모로 식을 치르느라 아내에게 결혼식다운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해준 것이 늘 아쉬웠다는 그다. 최씨는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평소 타고 다니던 휠체어 대신 지팡이에 의존해 식장에 들어갔다.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걸음을 내딛는 그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8일 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가 송도 메리빌리아 웨딩홀에서 개최한 장애인합동결혼식을 통해 총 5쌍의 부부가 웨딩마치를 올렸다.

주례는 이윤성 인천사회복지협의회장이 맡았으며 라이브치과병원과 성원 ENC, 제이준코스메틱 등이 혼수물품을 후원했다. 결혼식 참가자들은 이날 식을 올린 뒤 제주도로 2박3일 신혼여행을 떠났다.

안병옥 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장은 "각자 안타까운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장애인 부부들에게 처음과 같은 행복을 선사하고자 합동결혼식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올해는 합동결혼식 소식을 듣고 지역 기업들과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 준 덕분에 제주도 신혼여행까지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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