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이사장 "파주 보현산 회수 안 된 40여발 등산객 안전 위협"

"인간이 만든 비인간적 살상무기인 지뢰제거를 통해 단 한명의 목숨이라도 구하는게 삶의 목표입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이슈로 떠오르는 지뢰제거에 여생을 바치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64) 이사장.

김 이사장은 군 생활 30여년동안 정보관련 부대에 근무하면서 지뢰제거에 남다른 관심과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군에 몸담던 2000년 6월27일 육군 1사단 수색대 이종명(현 한국당 국회의원) 중령과 설동섭 중령이 DMZ내 백학고지 경계지뢰 푯말을 확인하던 중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것을 보고 지뢰제거에 여생을 바쳐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여기에 파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지뢰로 인해 민간인들의 피해가 50여명이 넘을 것으로 김 이사장은 추측하고 있다. 이후 그는 남북한 경의선 연결에 따른 지뢰제거 작전부대의 책임자로 4년간 근무하면서 지뢰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갔다.

김 이사장은 "당시 지뢰제거 작업은 매우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지뢰제거 작업은 토양의 표피 30㎝를 긁어내거나 파내면서 진행되는 작업이어서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또 황사의 발생으로 인한 문제점 등으로 애로사항이 많았다.

특히 M14(발목지뢰)와 M16(대인지뢰)는 대부분 제거되지만 대전차 지뢰 등은 30㎝이상 깊이 매설되는 사례가 많아 완전한 제거 작업이 어렵고 작업시간 또한 매우 길어 시간과 예산에 대한 손실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1월 현재 합동참모부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우리나라의 지뢰매설량은 1308개소, 1억2780만㎡에 88만발로 추정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같은 지뢰를 현재의 군방식대로 제거한다면 DMZ 등 민통선지역에만 군 장병 20개 대대가 480년이란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지뢰 미확인지대는 11개 대대병력이 200년동안 작업해야 모두 확인 또는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도 100조 이상 들 것으로 김 이사장은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몇세대를 거쳐도 천문학적인 예산과 장비, 인력을 동원해도 완전하게 제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또 설령 제거작업을 해도 유실된 지뢰에 대한 출처 확인이 어렵다는게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파주시 탄현면의 보현산에 매설된 지뢰는 1200여발인데 군이 2007년 제거작업을 펼쳤지만 아직까지 유실된 40여발은 회수되지 않고 있어 등산객들의 안전이 위협되고 있다.

이외에도 파주에는 법원리, 보광사 주변 등 민통선 이남지역에도 아직까지 제거되지 않거나 유실된 지뢰의 회수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지뢰를 찾아 회수할 때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는 사명을 갖고 신명을 다하고 있다"면서 "내게 있어 1년 365일은 365발의 지뢰를 찾는 숫자"라고 말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