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한 일본 강제 징용 노인 동포들의 올 겨울은 유독 춥겠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인요양시설로 설립된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연수구 원인재로)이 설립 20년을 앞두고 재정 압박에 직면했다. 일본 정부가 지원해온 3억원 가량이 지난해부터 중단된 후 재정 공백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국고보조금과 민간후원금, 일본정부지원금 등 2016년 세입 규모는 18억원이었으나 2년 만에 15억원으로 줄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소 동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할린에 두고 온 가족들과 또 다른 이산의 아픔을 안고 노환에 시달리는 동포들의 월 단위 생일상도 없앴다. 사할린에서의 기호식품이었던 우유 급식도 중단한 상태다. 일본 정부의 지원금 중단이 원인이라면 국가 망신이다. 국민 자존감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입소 사할린 동포 88명 중 70% 이상이 80~90대 고령이고, 대부분 여성(86%)이다. 파킨슨병과 치매, 중풍 등 거동불편 노인도 40%에 달한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탄광과 군사기지 건설에 동원된 이들이 겪은 몸과 마음의 깊은 상흔이 다시 상처로 남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러시아연방 사할린은 비행기로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조국으로 귀환한 동포들에게는 가깝고도 먼 곳이 됐다. 이들의 삶이 다시 이방인으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는 자식들이 눈에 밟히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 지역사회의 온정이 필요하다.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고령 동포들이 어렵게 선택한 삶의 안식처이고 종착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역사회의 평범한 이웃이고, 지역사회는 그들의 보호자이며 자녀여야 한다. 단순히 의식주만을 해결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조국의 따뜻한 품은 의미를 잃는다. 국가의 위상도 세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불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고려인과 사할린동포들을 격려했다. 하나 영주 귀국한 동포들의 국내 상황은 척박하다. 정부와 인천시가 앞장서고, 시민사회가 힘을 보태면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의 재정 정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