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근 의왕시의회 의장


아들 소개로 박보영·김영광 주연의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를 봤다.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달달한 영화인데, 땡땡이를 치고 떡볶이집 앞에서 나눈 그들의 대화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80~90세를 사는 인생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2~3년 하고 사는 게 낭비냐?" 극중 황우연(김영광)은 왜 공부를 하지 않느냐는 환승희(박보영)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황우연을 향해 환승희는 "네가 놔버린 그 2~3년 때문에 80~90까지 고생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첫사랑 영화인 만큼 옛 추억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왜 유독 이 대사가 뇌리에 박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그들 대화에서 들었던 한 가지 의문 때문일 것이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참아가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 80~90세까지 고생하지 않는 걸까.'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이무기도 나기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청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태백, 3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청년들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든 취업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억' 소리 나는 집값과 갈수록 높아지는 등록금 인상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처럼 청년정책의 중요성과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정책적 뒷받침은 부족한 현실이다. 우선 청년의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다. 청년이라고 하면 대부분 건강하고 활기찬 20대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행정부처나 지자체마다 '청년'의 기준이 다르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에서는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사람을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15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지자체에선 더욱 복잡하다. 지자체마다 청년의 나이기준이 다른데, 경기도는 만 19~34세, 경상북도는 15~39세이고, 수원시는 19~39세, 성남시는 19~24세, 심지어 전라남도 곡성군은 65세 인구가 30%를 넘는 현실로 인해 만 19~49세를 청년으로 본다.

이렇게 청년의 나이기준이 달라 혼선을 빚은 사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다. 중앙과 각 지자체는 청년문제에 다양한 해법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청년에 대한 기본정의조차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정책은 법률과 전담조직, 정책전달 체계 없이 개별 단위 사업으로 추진 중이어서 이를 바로 잡는 게 청년정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청년정책을 고용정책으로만 보려는 시각이다. 청년정책은 노인, 장애인, 아동, 여성 등 다른 대상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고용만이 아닌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 특히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의왕시에서 추진 중인 청소년 정책제안대회 같은 사업을 청년층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정책 추진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위원회를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활정책 역시 청년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함께 추진해야 한다. 주거를 비롯해 학자금과 같이 청년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복지정책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데, 현재 의왕시에서 마련하고 있는 장학기금의 규모를 늘려 혜택 폭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의 존재가 긴요하다.

현재 청년정책은 전문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데, 부서별 산발적 정책추진보다는 전담부서를 신설해 종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높다. 이밖에 부정수혜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청년지원 수혜자의 사회적 참여와 기여결과를 측정하고 지원할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
옛 속담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 고생은 장래 발전을 위해 좋은 경험이므로 달게 여기고, 청년들은 충분한 기회를 갖고 있으니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특별한 정책적 지원 없이 스스로 자립을 하라는 것인데, 이제 이런 인식은 전환돼야 한다. 청년도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청년정책을 입안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