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메뉴 '더 파운드' 세트

 

▲ 올리 스파게티(위)와 잠발라야.

 

 


14시간 훈연 소고기·매콤달콤 볶음밥 … '그 집'의 추천 메뉴

●더 파운드
대표 메뉴로 브리스킷(Briskit), 풀드 포크(Pulled Pork), 서로인(Siroin), 맥앤치즈, 콜솔로, 옥수수빵, 피클, 소스가 모두 나오는 세트다. 블론드, 세종, 젠틀맨, 조커 등 수제맥주와 함께 먹으면 맛을 더해준다.

●브리스킷
소의 차돌양지 부위를 '파운드'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스모커에서 '슬로우 앤 로우' 방식으로 낮은 온도에서 14시간 이상 연기를 쏘여 완성하는 정통 미국식 훈제 바비큐로 8시간정도 훈연한 뒤 호일로 싸서 계속한다. 파운드의 소고기는 미국산만 쓰는데 차돌양지 7~8㎏을 통으로 구우면 육즙이 빠지고 4~5㎏으로 줄어든다. 한국소는 크기가 작아 차돌양지가 5㎏안팎이어서 굽고 나면 2~3㎏밖에 안 남기 때문이다.

●풀드포크·서로인
'파운드'의 돼지고기는 제주도산만 쓰는데 손님들에게는 일부러 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주도산이니까 맛있지"라고 먹는 것 보다 "돼지고기도 맛있네"라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제주도 돼지였네"라고 자연스럽게 알게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풀드포크는 돼지의 다리살을 잘게 부숴질 때까지 8시간 훈연해 부드럽게 찢어지며 닭고기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쫄깃한 바비큐다. 서로인은 돼지 등심 전체에 바비큐 소스를 발라 4시간정도 훈연해서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라이스&파스타
잠발라야는 대표적인 미국 가정식 볶음밥이다. 유럽식 파에야와 비슷한데 새우, 소시지, 닭고기를 넣고 매콤하게 볶았다. 이밖에 칠리 빈스 라이스와 비프 프라이드 라이스도 있다. 올리 스파게티는 올리브의 향과 마늘, 토마토로 맛을 내 깔끔하고 개운하다. 거대한 미트볼과 미트소스 스파게티가 함께 나오는 미국 가정식 파스타 '자이언트 미트볼 스파게티'도 인기메뉴이며 '크리미 브로콜리 & 쉬림프 펜네 파스타'와 '스파이시 치킨 펜네 파스타'도 있다.

▲ 송근엽 대표가 직접 설계해 주문한 '스모커'에 바비큐용 재료인 소고기 차돌양지를 넣고 있다.
▲ 송근엽 대표가 직접 설계해 주문한 '스모커'에 바비큐용 재료인 소고기 차돌양지를 넣고 있다.

 

주방에서 주문하고 마당에선 보드타고 … "손님은 친구처럼"


"가게 이름인 '파운드(Pwned)'는 '완패한'이란 뜻의 인터넷신조어지만 원래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는 '주먹인사'로 악수와 비슷한데 친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전형적인 미국식 인사법이지요."

인천 서구 가재울사거리에 있는 미국식 정통 바비큐 전문점 '파운드'의 송근엽 대표는 어릴 때부터 미국문화에 흠뻑 젖어 살았다. 그는 "초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아버지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셨고 아버지와 함께 미국 영화를 보며 자랐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미국 문화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3년 전 이곳에 미국식 바비큐 전문점을 열게 된데는 운명같은 여러 만남과 고집스럽게 정통방식을 따르려는 의지가 더해져 가능했다.

"군입대 전 2년동안 뉴질랜드에서 의대를 다녔어요. 그런데 건강관련 공부를 해서 그런지 훈련소에서 취사병으로 차출됐지요. 서울 용산 국방부 사병식당에서 2년간 일하며 칼질부터 채소, 생선, 고기 등을 손질하는 방식을 익혔고, 그때 은인처럼 만난 40년 경력 찬모님한테 한식 요리에 대해 두루 배울 수 있었어요."

26살 11월에 전역한 송 대표가 3일만에 취업한 곳은 미국 가정식 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이었다. "피자, 햄버거는 그냥 패스트푸드에 불과해요. 남북전쟁 때부터 먹던 미국 가정식은 긴 테이블에 가족이 둘러 앉아 큰 그릇에 담아 놓은 바비큐나 칠면조 요리 등을 접시에 덜어 먹는 한마디로 '미국식 집밥'이죠."

송 대표가 정통 미국식 바비큐를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우연히 TV에서 미국의 바비큐 대회 중계를 보고 난 뒤부터다.

"덩치가 엄청 큰 바비큐 요리사들이 트럭만한 트레일러를 끌고 등장해서 길고 커다란 칼로 고기 손질을 하는 '남자의 요리'를 보고 미국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직접 배웠어요."

'파운드'가 지금의 자리에 자리잡게 된 것도 공장지대 속 개성있는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신진말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심기보 대표가 택배회사였던 복층구조의 공간을 제공하고 바비큐 등 요리는 송 대표가 책임지기로 의기투합하면서 이뤄졌다. 송 대표는 흔히 바비큐 통이라 알려진 '스모커'를 직접 설계 도면을 그려서 인천의 한 공장에 주문해서 800㎏짜리 매장용과 출장용 등을 제작했다.

"정통 바비큐는 불로 굽는게 아니라 참나무 장작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로 익혀요. 우리 가게의 브리스킷은 14시간 정도 익히지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한 송 대표는 '아시안 엑스게임(Asian X-game)대회'에서 2위를 했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였다.

"스케이트보드는 처음에는 스포츠로 개발된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타고 싶기 때문에 출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문화'에요. 제 인생의 절반이상은 '보드'가 차지하고 있어요. 가게 이름을 '파운드'로 하고, 마당에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손님이 주방에 와서 주문하게 한 것 모두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자는 저만의 '정통방식' 또는 '고집'이에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 웹툰작가 우동균(왼쪽), 심기명씨가 서구 가재울사거리 '파운드'에서 만났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웹툰작가 우동균(왼쪽), 심기명씨가 서구 가재울사거리 '파운드'에서 만났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우동균·심기명 웹툰작가들
"창의적인 사장님, 웹툰 소재로 써보고파"


"웹툰은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데 웹툰작가는 두가지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이 더할 수밖에 없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정해진 요일에 마감을 해야하는 연재의 압박감도 독자들은 모를거에요."

웹툰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동균, 심기명씨가 미국식 정통 바비큐 전문점인 '파운드'에서 만났다. 우동균 작가는 인천 부평 토박이로 단국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때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아 졸업한 뒤 극장용이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로 3년 가까이 일하다 그만두고 웹툰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는데 애니메이션은 팀으로 활동하다보니 저만의 작품을 그리는데 한계를 느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웹툰으로 돌았지요."

심기명 작가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자랐고 10년 전부터 인천에서 살고 있다. 청주대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20살 때부터 공포물에 관심을 가졌다.

"공포나 호러의 짜릿함과 극적인 반전 등에 끌려 계속 혼자 공부해왔어요. 처음엔 웹툰만으로 표현하기보다 3D, 일러스트, 만화, 캐리커처, 애니메이션 등 모든 장르로 건드려봤지요."

우 작가는 세대 간 또는 구성원 간의 갈등이라든지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8월 데뷔작인 '노인과 피바다'는 십정동 재개발과정에서 겪는 사람들의 애환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라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부평이 사연이 많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더라고요. '노인과 피바다'는 제가 보고 들은 재개발 지역 원주민들의 고통과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해서 완성했어요. 그런데 제목의 '피바다'가 북한의 가무극이기도 해서 독자들이 북한 노인이야기로 오해도 했지요. 꼭 다루고 싶은 주제는 삼릉 '미쓰비시 줄사택'을 배경으로한 일제강점기 이야기와 부평가족공원 부근에 있는 동굴도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요."

심 작가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은 '심귀전' 연작이다. 2016년 7월부터 두 달동안 연재했는데 프랑스의 '델리툰'에 번역 연재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진심귀전'을 연재했는데 이 작품은 대만 탑툰에 연재됐다. 올 8월부터 '흑심귀전'을 연재하고 있다.

"저는 직접 체험을 통해 작품 모티브를 얻는 스타일이에요. 얼마전에 폐지줍는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그 때도 새벽에 그 아저씨 일을 도우면서 나온 작품이죠. 최근에 신광사란 사찰에 머물며 부처님께 기도하고 느낀 이야기도 한 번 써 보려고 해요."

일본의 세계적인 공포만화가 이토 준지(伊藤 潤二)를 가장 좋아한다는 심 작가는 평소 느낌이나 영감을 그림이든 글이든 '감성일기'를 남겨 그 것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성한다.

"공포물로 각색하면 멋있겠다 싶은 작품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에요. 공포물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거든요. 드라큘라나 좀비도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캐릭터에요. 직장인 애환이나 노고를 공포물로 나타내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작가는 2016년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 프로그램의 웹툰 과정에서 만났다. 현재 부천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창작스튜디오에 '웹툰 시그널'이란 작업실에서 함께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이든 글이든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해요. 창작의 세계에선 정신적 고통이나 슬럼프는 늘 겪게 되죠. 여기 '파운드' 사장님의 도전적이며 창의적인 모습 또한 웹툰으로 만들어보고 싶네요."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