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혁·김재각·전영일 작가 작품(왼쪽부터)/사진제공=성남큐브미술관

용접(熔接·Welding)은 두 개의 금속·유리·플라스틱 따위를 녹이거나 반쯤 녹인 상태에서 서로 이어 붙이는 일이다. 작가들은 오래 전부터 조각 작품을 만드는데 용접기술을 끌어 들였다.


용접조각은 20세기 초 스페인의 조각가 훌리오 곤살레스(1876~1943)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협업을 통해 그 틀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한국의 용접조각은 1950~60년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성남문화재단은 1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현대용접조각전 ' 불로장생(長生)'를 연다.


참여 작가 7명은 불이 만들어낸 예술, 불로 전하는 영원한 미감을 특유의 작업방식으로 조각의 다양한 양태를 보여준다.


이길래는 생명과 자연, 원시성에 관심을 갖고 우리 문화의 고고성을 나타내고자 소나무를 소재로 한 작업을 한다. 그는 동 파이프를 용접으로 덧붙여 유기적 형태를 만들고 망치로 두드려 작품을 만든다. 그 작품은 길쭉한 타원형의 소나무 표피를 연상시킨다.


고명근은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투명 OHP필름에 사진을 출력하고 이를 투명 합성수지판에 압착 후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을 인두기로 녹여 접착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투명한 면들이 겹쳐져 새로운 환상 공간을 만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연과 건축물의 사진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새로운 현실을 재구성한다.


김선혁은 세밀하고 섬세한 용접방식을 보여준다. 스테인리스 봉으로 이뤄진 인간의 형상은 나무의 뿌리, 혹은 인간의 혈관으로 보인다. 마른 나무와 희망을 잃은 듯한 인간의 모습에서 나약하고 위태로운 현대인의 모습이 중첩된다. 인간이 느끼는 절대고독, 절망, 허무, 불안 등의 감정을 고백하듯 풀어낸다. 


김윤재는 사람의 몸에 자연을 융합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관에, 연대나 국적을 특정할 수 없는 기와집들의 군집을 담아 인간의 형상을 그린다. 예로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였던 개와 말의 형상을 빌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고 있다.


김재각은 스테인리스로 이뤄져 있으나 바람에 날리는 실크 스카프처럼 공중을 부유하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철망들은 무수한 선들을 만들고 층층이 겹쳐져 새로운 공간감과 환상적 착시를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불의 흔적을 꽃으로, 의도적인 명암의 효과로 사용하고 있다.


이성민은 석공이 정과 망치를 돌을 깎아 내는 것처럼 산소절단기로 철 덩어리를 불로 깎아 낸다. 이런 행위는 철에 질감을 더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마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힘든 수행을 하는 것으로, 작가 자신과 작업의 존재 이유를 얻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영일은 시임(Seam)용접을 통해 스테인리스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붙인 후 틀 안에 조명을 넣어 빛을 밝힌 뒤 마무리하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그는 연등이라는 전통문화를 현대미술과 접목해 조형미와 현대적 미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오며, 등불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다. 031-783-8142~9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