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단 얻었지만 자연과 추억을 잃다

 


인천 강화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힌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갯벌은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 멸종위기종의 번식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 갯벌은 개발 계획에 따라 주거 및 상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메워져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그 가치가 재인식되면서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해양수산부와 인천시는 갯벌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또 다른 갯벌은 여전히 개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3회에 걸쳐 그간 인천지역의 매립 현황과 갯벌 관련 정책, 갯벌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5일 인천연구원의 '인천 공유수면매립에 따른 토지이용현황 및 실태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883년 개항기부터 2000년대까지 인천지역에서 이뤄진 매립 면적은 총 198.44㎢에 달한다. 여의도(2.9㎢)의 무려 100배에 가까운 공유수면이 매립됐다. 이는 곧 그만큼의 바다가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간 인천을 포함한 우리나라는 다양한 목적으로 갯벌을 간척하고 매립해왔다. 특히 땅이 많지 않던 인천의 경우, 오늘날의 주요 주거 및 상업, 공업 용지는 대부분 매립을 통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1967년 주안공업단지, 1969~1971년 목재공업단지가 조성됐다. 갯벌 매립이 가장 활발한 1980년대 남동산단이 조성됐고, 1992~2001년 인천국제공항도 건설됐다.

100여년 동안 이뤄진 갯벌 매립으로 인천은 해양도시인데도, 정작 시민들은 주변에서 바다를 볼 수가 없었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인천갯벌은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중구 중산동 영종2지구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영종도 북동쪽에 위치한 공유수면 3.93㎢를 매립해 관광 및 산업단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녹색연합·인천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 등이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며 쉬고 먹이를 먹는 곳"이라며 매립 계획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북성포구 일대 갯벌 7만㎡를 매립하는 '인천 북성포구 준설토 투기장 조성사업' 또한 악취 등 주민들이 원하는 환경 개선 효과가 아닌 준설토 투기장 조성을 위한게 아니냐는 주민과 시민단체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송도와 영종도 갯벌 등 25년 동안 인천을 담아온 최용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송도 갯벌이 매립되기 전 어민들은 경운기를 타고 나가 맨손어업을 주로 했지만 매립 후 모든 삶이 달라졌다"며 "주민들은 송도갯벌역사관처럼 갯벌과 함께 지냈던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