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산 지 137년 … 그들은 아직 '짱개'라 불린다
▲ 이정희 지음, 동아시아, 240쪽, 1만5000원


1882년 중국인 한반도 이주부터 경제·종교 등 삶과 '관계' 풀어내


'한국인이 중국인을 비하할 때 종종 사용하는 '짱깨' 홍은 '짱개'는 바로 지배인을 뜻하는 장궤에서 유래된 것이다. 주단포목상점의 종업원들이 지배인을 중국어로 '장구이'라고 부르는 것을 조선인이 듣고 '짱깨'로 와전된 것이 아닐까 한다. 또 '짱깨'와 함께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는 '짱꼴라'는 일본어의 '장코로'에서 온 속어이다. 일본이 대만을 식민통치할 때 한족 중국인을 비하하던 속어가 '장코로(淸國奴)'였는데 일본인에 의해 조선에도 전해져 조선인이 발음하기 편한 '짱꼴라'로 변형된 것이다.'(본문 72쪽)

<화교가 없는 나라>는 화교의 경제, 생활, 사회, 정치 등 화교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크게 한반도화교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다루는 역사적 시간은 중국인의 한반도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1882년부터 현재까지의 137년간이다.

화교는 어떤 분야에서 경제 활동을 펼쳤으며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화교는 어떤 종교와 문화생활을 영위했을까? 화교와 조선인 및 한국인은 어떤 관계에 있었으며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하나하나 답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궁금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내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은 비단과 주물업 노동자, 건축 노동자, 이발소, 양복점, 중화요리점을 경영하던 기술자들, 그리고 일반 노동자의 삶 등 한반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았던 화교들의 생활상을 촘촘히 다룬다. 또 화교사회가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어 그들의 경제활동을 지탱하고 있는지, 타지에서 개인을 마음과 문화로 이어주는 화교의 종교생활도 함께 분석했다.

특히 세계 화교사 중 연구 공백으로 남아 있던 한국화교 뿐 아니라 북한화교도 언급하고 있어 '한반도화교'를 오롯이 담아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화교에 관한 역사를 쉽게 풀어썼으며 실제 화교를 인터뷰한 내용도 곳곳에 넣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137년 화교 역사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책에 한반도화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 각 정부의 한반도 주재 외교기관 및 외교관 대표의 명단과 한반도화교의 연표를 부록으로 넣었다. 연표를 통해 독자들이 한반도화교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고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