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동인천역 뒤편의 수도국산(水道局山) 달동네박물관은 1960∼70년대 가난한 시절의 보금자리들을 재현해 놓았다. 연탄가게, 연탄지게, 연탄구매권도 볼 수 있다. 연탄품귀 현상을 겪었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은 동장이 발행한 구매권이 있어야 연탄을 살 수 있었던 연탄배급제 시대였다. 찬바람이 불면 살인적인 폭염을 견뎌낸 빈곤 노인들의 겨울나기가 또 힘들겠다. 다행히 저소득층 연탄 나눔 봉사 등에 나서는 훈훈한 소식들이 많다.

달동네는 1980년대 중반 도시재개발 붐에 따라 하나 둘 사라졌다. 그러나 쪽방촌이 다시 도시의 그늘이 됐다. 쪽방촌 주민 3명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일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다. 거주자의 40% 이상이 노인이다. 그나마 서로 돕는 상호부조 정신은 가난한 동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버팀목이다. 일반적인 동네보다 사람들의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소중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가능하다.

소득수준이 빈곤 판단의 절대 기준일 수는 없다. 빈곤을 단지 소득이 낮은 정도로 판단하기보다 기본적인 잠재능력의 박탈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재화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인간의 기능 수행 능력의 상실을 빈곤의 상태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주거 소외지역에 대한 세심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 공동체 권한을 창출하기 위해선 주민참여가 필수다. 하지만 궁색한 살림살이로 생계에 매달려야 하는 이들이라서 공동체 임파워먼트에 한계를 지니게 된다. 마을활동가들의 관심과 역할이 절실하다.

인천시는 '주민이 만드는 애인(愛仁)동네 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의 보전과 정비에 힘써 왔다. 이 외에도 관련 부서들이 겨울철 취약계층에 대한 연계사업들을 펼쳐 쪽방촌 주민의 일상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시가 추진하는 긴급복지지원, 자활근로,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서민층 LP가스 시설개선, 마을공동체지원, 주거급여, 희망의 집수리, 자원봉사 코디네이터 운영 사업 등은 어떠한가. 특히 비좁은 공간에서 칼잠을 자야하고, 상하수도 시설이 변변치 않은 쪽방촌 주민들의 문제에 풀뿌리 마을활동가들의 사회적 담론이 발현되길 바란다.
사회적 자본이 소실된 낙후 지역은 지역사회의 손길이 필요하다. 기업, 상공회의소, 민간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평소 초청특강과 포럼 등으로 지역발전을 논의한 민간 재단·단체들이 한번쯤 연탄을 지고 쪽방촌 겨울나기 동네에 모였으면 한다. 현장에 온기를 지필 불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