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1925년 노벨문학상을 탄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년)는 생전에 독설과 유머로 유명했다. 그는 죽은 후 자기 묘비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많은 이에게 '주체적·능동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죽음만큼 평등한 게 또 있을까. 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은 같다고 얘기한다. 생사일여(生死一如)에는 인간이 태어나 온갖 풍파를 거치며 성장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나'라는 뜻이 담겼다. 넓디 넓고 오묘한 우주의 현상을 보노라면 쉽게 알 수도 있을 터이다.

"나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나" 이런 철학적 사고(思考)는 숱한 이들의 명제(命題)이기도 했다. 인생은 아름답다거나 뜬 구름 같이 부질 없고 허무하다는 말은 누구나 겪는 죽음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이슬처럼 오가고, 모든 영화(榮華)가 꿈 속의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당장의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데 급급하다. 그 속에선 싸움과 갈등, 시련과 번민, 평화와 공존 등의 마음이 싹을 틔우며 자라난다.

왜 죽음을 언급하는가. 삶도 다 채우지 못했는데, 뚱딴지 같이 죽음을 얘기하는가. 자살(自殺) 때문이다. 오죽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는가마는 자살은 누가 뭐래도 잘못됐다. 기왕 이 땅에 태어났다면, 어떻게든 살아야지 왜 목숨을 끊는가. 사람마다 처지를 달리 하겠지만, 자살은 정말 허망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라는 점에선 더더욱 할 말을 잊는다. 한국의 자살률은 2010년 이후 줄어들고 있긴 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선 가장 높다.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을 들을 만하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2018 OECD 보건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률(자살률)은 25.8명에 달한다. OECD 국가 평균 11.6명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자살률 추이를 보자. OECD 국가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2000년 이래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국내 자살률은 2004년 29.5명, 2005년 29.9명, 2006년 26.2명, 2007년 28.7명, 2008년 29.0명, 2009년 33.8명 등으로 등락을 거듭한다.

자살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실로 엄청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2014년)에 따르면 자살한 당사자의 미래소득 감소분을 고려해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5000억원에 이른다.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은, 자살 시도로 인한 외상·후유증과 유가족의 신체·정신질환 치료비 등을 반영하면 자살의 사회적 비용은 훨씬 많아진다. 자살 원인으론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주로 꼽히지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경제·사회·문화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제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누군가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자. 선뜻 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살림살이는 나아졌으되, 이런 저런 이유로 '행복한 삶'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인류 사회는 과거보다 더 풍요로워진 게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 없는 과학의 발달과 경제성장 등의 덕이다. 하나 요즘 우리 생활은 어떠한가. 오늘날 현대인들은 늘어난 여가시간, 더 많은 의료혜택, 평균소득 증가 등으로 '발전한' 세상에서 장수(長壽)를 누리면서도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고 불평한다. 좋은 환경 속에서도 행복감은 낮아지고 우울증·자살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행복으로부터 멀어져 간다는 반증이다.

행복의 주 요인으론 경제적 조건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렇다면 세계를 기준으로 우리를 한 번 보자. 경제수준은 높아졌어도, 행복지수는 아주 낮은 편이다. 비록 경제적으론 낙후했더라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우리에게 그윽한 울림을 준다. 행복과 경제적 조건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운다. 날로 각박해지는 세태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희망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의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희망의 나라'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나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 치열하게 몸을 떨게 하는 경쟁보다는 양보와 배려를 미덕으로 삼으며, 각자의 재능을 서로 인정하고 상생의 삶을 추구하자. 그래야 우리 삶이 희망과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