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판자촌 주민들 기름값 낼 처지 안돼
지원책 절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판자촌에 살고 있는 A(74·여)씨는 찬바람이 두렵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이 곳 주민들은 대부분 연탄으로 겨울을 난다. A씨 역시 그간 연탄으로 겨울을 났지만 팔이 아파 연탄을 들 수 없어 어렵사리 기름보일러를 들여놨다.

하지만 보일러는 그림의 떡이다. 기름값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A씨 몸을 녹여주는 건 전기장판 한 장이다.
"올 여름에도 죽다 살아났어요. 방앗간 하던 아는 형님은 여름에 일하다 더워서 그랬는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는데, 글쎄 돌아가셨어요. 벌써부터 이렇게 추운데 겨울은 또 어떻게 날지 막막합니다."

보일러는 난방용이 아닌 온수용이다. 아침에 씻을 때만 잠깐 튼다. 그렇게 아껴 쓰며 기름 한 드럼(200ℓ)으로 근근이 겨울을 난다. 기초노령연금 25만원과 장애수당 14만원으로 한 달을 사는 A씨에게 기름값은 큰 부담이다.

50여년 전 원래 살던 동인천 쪽이 재개발에 들어가며 이 곳 판자촌 열두 평 땅과 천막 하나 받고 쫓겨난 A씨. 살아남기 위해 20년 넘게 벽돌을 짊어져 온 몸이 성한데 없지만 보일러조차 맘껏 못 트는 현실이 야속할 뿐이다.

"방법이 있나, 팔짱 끼고 이불 뒤집어쓰고 지낼 수밖에."
겨울이 다가오며 '에너지빈곤층'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에너지빈곤층이란 전기료나 난방비 같은 에너지 이용 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계층을 뜻한다. 특히 판자촌과 쪽방촌 같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주민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구 북성동에 사는 B(74)씨는 이 곳 쪽방촌에서 겨울을 네 번 났지만 기름보일러를 한 번 틀었다.
"처음 이사 와서 한 번 틀었는데 보일러가 터졌는지 집이 물바다가 돼 버렸어요. 그 뒤로 안 틀고 지내요."

B씨 역시 전기장판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너무 날이 추워 견디기 힘들 때는 이웃에 가정용석유난로를 빌려서 근근이 버틴다.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B씨는 아직 그리 춥지 않아 괜찮다며, 올해도 석유난로를 빌려 오면 된다고 말했다.

인근 쪽방에 사는 C(79·여)씨는 전기장판과 연탄난로로 겨울을 난다. 몇 년 전 이 동네에 도시가스가 들어왔지만 C씨에겐 남 얘기다. 자부담으로 가스관을 집까지 연결해야 하는 비용을 댈 능력이 안 된다.

"월세, 병원비, 공과금 내면 끝이에요. 동사무소에 몇 번 얘기했지만 방법이 없다네요. 재산 하나 없지만 자식들이 있다고 수급자도 안 돼요. 몸이라도 성하면 모르겠지만 허리가 안 좋아 걷질 못해요. 추워지면 몸이 더 안 좋아질 텐데 걱정이에요."

시 관계자는 "동절기 위기가구 보호대책을 수립해 최근 각 지자체에 통보했고 이달부터 3월 말까지 집중 관리한다"며 "국가 차원 긴급복지도 있지만 국가 지정 수준보다 완화된 시 자체 긴급복지 지원도 있는 만큼 다방면으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