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30일, 그러니까 얼추 20년이 가까워 온다. 이날 새벽 화성 서신면 백미리 청소년수련원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이 수련원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 인솔교사 등 544명이 잠들어 있었다. 화재 발생 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23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말았다. 악명 높았던 씨랜드 사건이다. 이 수련원은 1층 콘크리트 건물 위에 컨테이너를 얹어 2, 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로 청소년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던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드러났다. 생활관에 비치했던 화재경보기조차 불량품이었다. 당시 이곳에서 장남을 잃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 김순덕은 "더 이상 미련이 없다"며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되돌아보기도 끔찍한 기억을 소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안전을 대하는 우리 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 돌아보자 함이다. 적어도 화성시만큼은 달라졌으리란 기대와 믿음을 확인하고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성에서 씨랜드 교훈이 충분히 살아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화재에 취약한 가설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렇다. 프로야구 넥센 2군(서울히어로즈)이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선수 숙소(3494㎡)가 가설건축물이란 이유로 소방안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본보 보도 이후 다각도로 소방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식당 내 주방에 자동확산소화용구와 웨이트 트레이닝실 창고 내 화재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스 기능사 이상 자격 소지자가 맡는 가스안전관리자도 서울히어로즈 직원이 아닌 가스시설업체 직원이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숙소는 샌드위치 패널과 철근구조로 지어져 화재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선수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2015년 9월 이후 단 한 차례의 소방점검도 없었다고 한다.

누누이 강조하거니와 한순간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게 안전사고요, 특히 화재사고다. 씨랜드 사고로 전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던 화성시의 안전 불감증이 매우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