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부동산 로또로 불리는 '역세권'이 지역공동체 붕괴를 부르고 있다. 앞으로 들어설 전철역의 위치를 놓고 주민 사이 갈등을 빚고 있고, 전철 공사가 지연되는 지역은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전철역 신설 등을 둘러싼 민원으로 도내 곳곳이 홍역을 앓는다.

이러한 지역 이기주의적 전철역 유치 '전쟁' 배경에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약과 선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안양의 경우 지역 정치인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 노선이 정해진 월곶~판교선 복선전철에 '박달역 신설'을 약속하면서 민-민 갈등을 불렀다.

박달동 주민들은 박달역 신설을 약속한 안양시장 후보를 밀어줬다가 뒤늦게 후회의 쓴맛을 봤다. 일부 정치인 선동에 전철역 신설 예정 지역 주민들까지 곤욕을 치렀다. 주민들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충돌을 빚고 있는데도, 정작 안양시는 민선7기 들어서 국토교통부에 박달역 신설 필요 입장을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은 사실까지 밝혀졌다.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은 물론이다.

의정부시에도 같은 갈등이 빚어진다. 지난해 이미 기본계획 고시가 끝난 '도봉산~옥정 광역철도(7호선 연장선)'를 두고 의정부시 주민들이 요청한 의정부 민락지구 경유를 요구한 반면, 양주 옥정 주민들은 기본 계획대로 공사할 것을 요구하면서 양 지자체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양주 옥정 주민들은 노선을 변경할 경우 다시 절차를 진행해야 된다며 준공 지연을 우려했고, 의정부 민락지구에는 부근 택지 개발이 지속되고 있어 탑석역(의정부) 이외에 2개 전철역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의정부 지역구 의원들과 의정부시의회 등 지역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간 전철역 유치 전쟁으로 돌변했다. 도는 지난 6월 의정부의 요청안에 경제성이 없어 기본계획대로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 의정부와 양주 주민들의 갈등은 마무리된 모양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수원은 신분당선 연장선 2단계사업(광교~호매실) 추진이 핵심쟁점이다. 이 사업은 12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국토부 고시에 따라 연장 1단계인 정자~광교역까지 12.8㎞ 구간을 2014년까지, 2단계인 광교~호매실 10.1㎞ 구간을 2019년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2006년 기본계획이 수립돼 1단계 사업의 경우 이미 완공돼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2단계인 광교~호매실 구간에는 민간투자사업이 변경돼 2022년 개통을 목표로 수차례 사업타당성을 검토해 왔는데도 사업을 시행하지 못한다.

연장선 계획보다 늦은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사업이 국가 계획에 반영되면서 유동량 분산에 따라 연장선 사업성이 낮아진 영향이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은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구 의원들이 내놓은 공약이었다.
서수원 주민 800여명은 지난달 30일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신분당선 2단계 사업 조기 착공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수원이 지역구인 백해련·김영진 국회의원도 참가했다.

이처럼 부동산 '불로소득'을 올리는 대표적 방안으로 '전철역 신설'이 꼽힐 정도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철역까지 거리에 따라 집값이 절대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주민과 지역 정치인들은 '사생결단'으로 나선다. 수도권 내 21개 지하철 노선별로 아파트값을 분석해 보면 역세권이 비역세권보다 평균 5800만원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로또로 불리는 역세권 유치경쟁은 오히려 지역발전 불균형을 초래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의 발이라 일컬어지는 '전철'이 서민은 외면한 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 누구를 위한 전철역인지 의문이다.

전철 노선 정책의 수술은 그래서 필요하다. 정치권은 역세권 부동산 가치보다 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임대아파트나 서민아파트 밀집지역에 전철역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전철역 신설로 일확천금의 꿈을 꾸게 하는 것에는 터무니 없는 정치인들의 약속과 선동정치가 있다. 정치권 역할은 전철역 유치 선동이 아니다. 전철이 서민의 발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와 관련 기관을 감시하는 정치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