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내놓는 지역 내 전철 건설 관련 공약이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주민들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안양시 석수동과 박달동 주민들은 시흥 월곶에서 성남 판교를 잇는 복선전철의 신설역 위치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국토교통부 계획에는 석수동에 '만안역' 설치로 돼 있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박달동 인근 지역을 선거구로 둔 정치인들이 '박달역' 신설을 약속하면서 주민 간 갈등의 불씨를 지폈기 때문이다.

의정부와 양주시 두 지자체도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 노선을 두고 각을 세운다. 의정부시의회와 지역 정치권은 도봉산에서부터 옥정까지 이어지는 7호선 연장선이 민락지구를 지나도록 기본 계획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양주시와 주민들은 노선을 변경하게 되면 행정절차를 다시 밟는 등 전체 공정이 늦어져 2024년 개통을 할 수 없다며 반대를 한다.

수원시내를 가로질러 광교와 호매실을 잇는 신분당선 2단계는 지난 2006년 계획을 세웠지만, 12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경제성이 있다고 판가름나 민간자본을 유치해 착공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안양 인덕원과 화성 동탄신도시를 연결하는 총길이 37.1㎞의 복선전철 건설이 국가 기본계획에 반영되면서 광교~호매실선 건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두 노선이 일부 겹쳐지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10년 넘게 광교~호매실 전철 개통을 기다리던 서수원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 곳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합세했다. 인덕원~동탄선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관철시킨 의원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철은 서민들의 발이고, 요즘은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역세권' 또는 00역에서 걸어서 몇 분이 상가와 주택 등 부동산 가격 형성과 직결된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전철표'를 흔들어 보이며 자신을 뽑아 달라고 한다. 전철이 달리건 안 달리는건 나중 문제다. 주민들 간 생겨날 갈등은 안중에도 없다. 선거 때마다 하고 듣는 얘기지만, 잘 살펴봐야 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실천가능한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