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천에 보이지 않던 두루미가 지난 겨울 강화도에서 발견되면서 서식지 보존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을 상징하는 시조가 두루미인데도 정작 두루미를 보려면 다른 도시까지 가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박사는 31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두루미 서식지 보존 및 복원' 토론회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갯벌 매립 등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두루미가 도시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며 "두루미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보존 지역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루미는 지난 1981년 인천을 상징하는 시조로 지정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두루미는 인천 갯벌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새였다.
그러나 대규모 간척 사업과 쓰레기 매립장 조성 등으로 갯벌 면적이 줄어들면서 두루미 역시 사라지고 있다. 이 박사는 "순천시 같은 경우 순천만에 있는 서식지를 적극적으로 보존해 두루미가 수천 마리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노형래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소장도 "인천 시조가 두루미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극소수이고, 인천을 상징하는 캐릭터도 두루미에서 점박이 물범으로 바뀌었다"며 "시민이 두루미를 보려면 연천과 철원 등지로 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두루미 서식지가 지금은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로 변한 만큼 이제는 개발이 아닌 보존에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겨울철새인 두루미는 지난해 12월 강화도에서 40여마리가 발견됐다. 올겨울에도 두루미가 인천에 찾아오게 하려면 보금자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은 "두루미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인천에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두루미가 계속 오도록 인천시가 효과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