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가짜뉴스를 겨눈 말들이 넘쳐난다. 대통령은 보호를 받을 영역이 아니라 했고, 국무총리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했다. 방통위원장은 그 뜻을 헤아려 단속하겠노라고 했다.
가짜뉴스를 향한 날 선 말들이야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말들은 그저 떠돌 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엄포거나 호령(號令) 등으로 다스려 보겠다는 건데, 과연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말 폭탄이야 얼마든지 쏟아부을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가짜뉴스가 움츠러들 리 없다. 이른바 거짓풍문이나 헛소문 등이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시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갔으니 말이다. 하물며 디지털 네트워크가 세계를 뒤덮은 시대에 빛의 속도로 떠도는 말과 글들을 감별해 다스리겠다는 건 할 수 있는 말이겠으나 공허하다.

모름지기 제도는 기술진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하물며 첨단 디지털시대라 일컫는 오늘날은 더욱 그렇다. 가짜뉴스라는 '변종 콘텐츠' 규제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가짜뉴스 역시 변화무쌍하게 경쟁력(?)을 더 해 갈 거다. 생산량은 더욱 커지고 콘텐츠 역시 다양화할 것이다. 유통 또한 촘촘한 사이버 망을 타고 드넓어질 것이다. 이런 터에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가짜뉴스를 다스리겠다는 포고는 할 수 있는 얘기겠지만 공허하다.

혹자는 오늘날을 일컬어 '탈진실(Post-Truth)' 시대라고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뿐 진실이 뭔지 별 관심이 없다는 거다. 오늘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 역시 이런 시대의 산물일 수 있겠다. 가짜뉴스 생산자들과 유통일꾼들 역시 각자의 목적과 소신 또는 재미(?)로 그들의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게 총리 말마따나 '민주주의 교란'으로 이어진다면, 그 정도로 흔들리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단언컨대, 가짜뉴스는 권력자들이 앞세운 법과 제도의 칼로 박멸이나 퇴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럴 경우 또 다른 '민주주의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걱정이야 할 수 있겠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면, 길게 멀리 보면서 미디어 수용자 교육에 집중하는 게 좋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