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인천시에 거주하는 인구를 합하면 1600만 명이 넘는다. 인구뿐만이 아니다. 산업, 경제, 문화 예술, 체육 등의 현 주소를 나타내는 온갖 지표들이 소위 수도권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과 30~40년 전과 비교해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30년 전의 대한민국이 아니듯 수도권 또한 어제의 수도권이 아니다. 세상이 천지개벽을 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오랜 관습과 편견이다.
정부의 인식도 이 편견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란 명칭이다. 총 연장 128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고속도로는 81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경기도의 구간을 통과하고, 9.8%에 이르는 12.5킬로미터는 인천시를 통과한다. 정작 서울시를 통과하는 구간은 9.2%인 11.9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굳이 명칭만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의 변두리라는 느낌을 면면히 풍긴다.

이 도로 명을 바꾸자는 수도권의 반격이 다시 시작됐다. 양주시의회는 지난 22일 임시회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명칭을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로 변경하자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양주시의회 외에 이 외곽도로를 지나는 도내 13개 지자체의 염원이 또한 같다. 이 사안은 이재명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경기도는 서울의 변방이 아니라며 서울 중심적 사고가 배인 이 도로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건 서울시와 국토부의 태도다. 서울시는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국토부는 도로가 지나는 모든 지자체의 동의를 받으라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한다. 국토부의 노선명관리지침 상 전 국민이 '익숙하게' 사용 중인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라고 설명한다. '익숙하다'는 명분을 내세우기로 하면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수도권 주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게 수월할 수 있다. 비단 수도권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1등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개개인이 시민으로서의 명예를 중하게 여기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국가는 자극하고 배려해야 한다. 궁극에 이보다 더 중요한 명분이 있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