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경기본사 사회부장


"도시가 지속적으로 자양분을 받지 못한다면 그 도시가 속해 있는 국가와 지역도 번창할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저서 '제4차 산업혁명' 중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현 시대에는 대도시가 경쟁력을 높이면 도시 자체가 발전하게 된다. 나아가 주변 인접 지역 동반 성장을 촉진해 국가 발전으로 나타난다. 결국 도시가 성장해야 국가도 발전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구 124만이 넘는 대도시 수원시가 특례시 실현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수원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고양시·용인시·창원시와 함께 '100만 대도시 특례 실현'을 위해 뜻을 모았고, 9월 특례시 추진 공동대응기구 출범식을 가졌다.
특례시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이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중간단계로 보면 된다. 수원시는 2002년 인구 100만이 넘어서자 광역시 승격을 추진했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특례시로 방향을 바꿔 추진해 오고 있다.

수원 등 지자체에 지금 필요한 것은 '100만 대도시 특례 법제화'를 통한 대도시 경쟁력 확보다. 수원시는 현재 광역시인 울산 인구 118만보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기초 지자체 수준의 행정·재정 권한을 갖고 있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 즉,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은 2000년 이전, 울산시 인구와 울주군 인구를 합해 인구 100만이 넘었을 때 '광역시'로 승격됐다. 하지만 인구 100만이 넘은 지 16년이 된 수원시를 포함한 인구 100만 도시들은 현재 광역시로 승격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행정수요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수원시와 인접한 화성시의 자동차 등록 민원처리 현장 하나만을 비교하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수원시 차량등록 민원처리 현장은 말 그대로 '도떼기시장'이다. 민원실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시민이 북적인다. 반면, 화성시 민원 처리현장은 한산 그 자체다. 그 이유는 바로 수원시 인근인 동탄신도시 등 주민들이 수원에 와서 민원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결국 대도시 행정수요가 집중화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과중하게 유입되는 사무 증가는 행정처리 지연으로 이어져 되레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즉, 대도시 행정 수요가 '동맥경화' 현상을 나타낸다.

폭주하는 민원처리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공무원 수를 늘려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실제 울산광역시는 인구 118만명에 공무원이 6000명이 넘지만 인구가 더 많은 수원시는 124만에 공무원은 절반인 3000명 정도 수준이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들을 모두 광역시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런 문제점의 대안이 바로 '특례시'다. 특례시가 되면 도를 거치지 않고 중앙정부와 직접 행정 업무를 조정할 수 있어 신속한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 교육자치가 실현돼 교육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되고, 대규모 사업이나 세계대회 등 국책 사업 유치하기에 더 용이하다.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된다.
게다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재정 증가가 예상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 또 그에 맞는 자치재정 맞춤형 행정 서비스 지원도 강화돼 청년 일자리, 복지 등 공공서비스에 질적 개선과 양적 확충 효과도 볼 수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분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지난 9월 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도 특례시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지난해 4월 창원과 5월 마산 오동동 유세에서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는 그에 걸맞은 행정체계를 필요로 한다"며 "창원시를 특례시로 지정해 자율권과 자치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도 몸에 옷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듯, 정부도 더 이상 특례시 지정에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법안 발의를 하고 2년 되도록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 특례시 지정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