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블로그 등에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간 것 아니냐"
"비난여론은 日사회 '불관용'의 표출"…'성과 과시' 아베, 과거엔 피해자 비판

시리아에서 장기간 억류됐다 풀려난 일본 언론인에 대해 일본 내에서 '납치당한 것은 본인 책임'이라며 비판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지난 23일 밤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 씨의 석방 소식이 알려진 뒤 사회관계망버시스(SNS)와 블로그 등에서는 그의 석방을 환영하기는커녕 '일본 정부와 다른 국민에게 폐를 끼쳤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자기 책임하에 (시리아에) 간 것이니 자기 책임으로 이슬람 과격파와 협상을 해야 한다. 스스로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간 것 아닌가", "이런 제멋대로의 만행이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구출에 든 비용을 (야스다 씨에게) 청구해야 한다" 등의 글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녔다.

이런 주장의 논리는 일본 정부가 입국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야스다 씨가 시리아에 간 만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4월 내전이 격화된 시리아 전역에 대해 '피란 권고'를 내렸고, 야스다 씨는 4년여 후인 2015년 6월 시리아에 갔다가 피랍됐다.

여기에 야스다 씨가 과거 억류 당시 공개된 동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표현한 것도 인터넷상의 우익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공개된 동영상에서 야스다 씨는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석방 후 이에 대해 감금 장소가 알려지지 않도록 국적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무장단체의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3년 4개월 만에 석방된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가운데)씨가 25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인근 나리타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야스다 씨는 귀국길 항공기에서 취재진에게 그간의 억류 생활에 대해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는 공포감이 있었다"고 말하고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선 "괜찮다"고 답했다고 NHK가 전했다. 

도쿄신문은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분쟁지역에 대한 취재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필요한 것으로 해외에서는 국민을 대신해 최전선에 간 언론인들에 대해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불관용의 분위기가 이번 비판 여론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2004년 피란 권고가 내려진 이라크에 입국한 일본인 언론인 3명이 무장그룹에 납치됐다가 8일 후 풀려난 적 있었는데, 당시에도 이번과 비슷한 '자기 책임론'이 일었다.

당시 납치 피해자였던 사진작가 고리야마 소이치로(郡山總一郞)씨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시 (자기 책임론이) 또 나오는구나'고 생각했다. 일본 사회는 그때(2004년)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TV 보도에서 진행자가 자신에 대해 '폐를 끼치는 행위'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폐를 끼쳤다는 것인지 화가 났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야스다 씨의 석방을 환영하면서 정부의 외교 역량을 부각하는데 힘을 쓰고 있지만, 2004년 납치 사건 당시에는 이런 식의 '자기 책임론'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아베 총리는 "세금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도 위험을 무릅쓰고 협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납치 피해자들이 세금 사용과 정부의 위험에 대해) 자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