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동 주민, 시청서 밤샘농성 돌입
시장, 일정 이유로 면담자리 이탈
주민 "나타날때까지 기다리겠다"
▲ 23일 오후 안양시청에서 박달삼거리역 추진위원회와 주민들이 박달역 신설과 관련해, 예정된 간담회 도중 자리를 떠난 최대호 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주민들은 "최 시장이 면담 자리에 다시 나타날때까지 밤새 기다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안양시 박달동 주민들이 23일 최대호 안양시장이 6·13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 건 '월곶-판교선' 박달역 신설 약속을 지키라며 시청에서 농성을 했다.

주민들은 최 시장이 면담을 하던 중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떠나자, 시장을 만나기 위해 청사 3층 시장실 앞 복도에서 이날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23일 박달삼거리역 추진위원회와 안양시 등에 따르면 20여명의 주민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최대호 시장과 시장실에서 면담을 했다. 면담의 요지는 "박달역 신설 공약을 왜 지키지 않느냐"로 집중됐다.

주민들은 시가 지난달 시의회에 상정한 '월곶-판교 복선전철 만안역(가칭) 신설 등 사업시행 협약체결 동의안 철회'와 '박달역 신설 공약을 지킬 것' 등을 최 시장에게 요구했다.

주민들의 주장은 최 시장이 지방선거 전부터 '만안역(석수동)이 아닌 박달역으로의 신설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 시장이 지방선거 전에 박달역을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고, 그 말을 믿었다"며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박달역이 아닌 만안역(가칭), 즉 석수동 쪽으로 신설하는 행정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만안역(가칭) 신설 등 사업시행 협약체결 동의안'이 오는 26일 시의회에서 통과되면 박달역 신설은 사실상 무산된다. 

최 시장은 면담 1시간가량 지난 오후 12시30분쯤 '행사장을 가야한다'며 시장실을 나갔다.

한이덕 위원장은 "최 시장에게 동의안 철회 결정을 얻어내기 위해 면담을 했지만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나갔다"며 "최 시장이 면담을 하기 싫어 도망갔다. 자리에 다시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선거기간에 최 시장이 추진위원회를 찾아와 '공무원들이 잘못했다. (석수역이 아닌)박달역이 신설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면서 "이후 선거 캠프에 찾아가 최 시장의 확답을 받았고, 인수위원회에 박달역 신설 타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최 시장이 당선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최 시장은 박달역 신설을 위해 국토부 장관을 면담하거나 시장 명의의 박달역 공문을 보내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재현(박달1·2동, 안양2동) 안양시의원은 "이런 상황까지 이른 데 대해 안타깝다. 박달삼거리 전철역 신설은 무려 15개월간 추진한 사항으로, 최 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며 "지역주민들이 희망을 갖고 전철역 유치를 바라보고 있는데, 피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20분 잡혀 있던 면담자리가 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등 계속되자, 최 시장이 다음 일정이 있어 가봐야 한다고 위원장에게 얘기하고 나온 것으로 안다. 비서실 측에서도 주민들에게 공지를 했는데, 얘기를 듣지 못한 일부 주민들의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1년 착공 예정인 전철 월곶~판교선은 시흥 월곶에서 광명, 안양을 거쳐 성남 판교까지 총 40.3㎞를 연결하는 복선전철로 100% 국비로 건설된다. 기획재정부는 총 사업비 2조664억원을 확정해 최근 국토교통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장선·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