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어렸을 적부터 '미림'이란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미림극장은 1957년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천막극장(평화극장)으로 출발했다. 인근 문화·오성·현대극장과 함께 송림동과 송현동 등 동인천역 뒷동네 주민에게 사랑을 받던 영화관이었다.

이 극장과 주민 간 훈훈한 미담이 하나 전해져 온다. 60년대 초 미림극장 고희석 사장은 수도국산 주민들을 위해 사비로 층층대 계단을 설치했다. 눈이나 비가 내리면 비탈진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던 주민들을 위한 것이었다.
아마 극장 고객 중 대다수가 인근 수도국산 고개에 사는 사람들이란 것을 생각하고 배려한 듯하다. 이에 주민들은 1965년 층층대 옆에 고마움을 담은 비석 하나를 만들어 세웠다. 일종의 현대판 '송덕비'인 셈이었다.
미림극장은 2004년 7월29일 '투가이즈'를 끝으로 영사기를 멈췄다. 대형복합상영관에 밀려 시민들 곁을 떠나 있다가 2013년 10월 2일 실버 영화관인 '추억극장 미림'으로 재개관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들은 입장료 2000원으로 흘러간 영화 한편을 보며 자신의 '왕년'을 잠시나마 추억할 수 있다. 이 극장은 재개관 5년 만에 또다시 폐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추억극장 미림'은 사회적기업 형태로 재개관해 그동안 인천시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다. 기한 규정에 의해 내년 4월부터 지원비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문화에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한 '층층대' 하나 놓을 지혜가 필요한 때다. 영화는 추억해도 극장을 영원히 추억해서는 안된다. 예쁜 이름 '미림'이 우리 곁에 계속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