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 무관심 사후 관리 '팔짱'


지방공무원 전문임기제가 민간 인재 등용이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낙하산 착륙장으로 변질된 데는 자치단체장의 이해관계와 이를 방치해온 정부 탓이 가장 크다. 정부는 지자체의 전문임기제 임용에 대한 승인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형식적인 승인은 물론 사후 관리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적으론 전문임기제 운영 내실화 추진

22일 행정안전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행안부는 '2018년도 지방조직 관리 방향'의 세부 추진 과제로 '전문임기제 운영 내실화'를 선정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전문임기제가 지자체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운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으로는 조직 관리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혼선을 피하고자 전문임기제 직위를 단체장과 실·국장의 '보좌기구'로 한정하고, 실·국장 직위를 줄 수 없도록 했다. 하위 조직도 두지 못하게 했다.

아울러 지자체가 전문임기제를 임용할 때 직위·직무·통솔 범위·계급·보수를 행안부와 사전 협의하고 승인받도록 했다. 지자체가 전문임기제 임용 계획을 수립하고 협의를 요청하면 행안부가 검토 후 결과를 통보하는 식이다.

행안부는 이런 절차와 방식이 전문임기제 운영의 내실을 기할 것으로 기대했다.

▲부작용 인지 못한 정부, 사후 관리엔 팔짱

그러나 제도 속엔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허점'이 존재했다.

정책 결정 보좌 분야 전문임기제의 경우 '공고를 생략할 수 있다'는 관련 지침이 조직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낙하산 인사의 빌미를 주고 있다.

시·도 기준 최고 2급 상당 고위 공직에 '밀실 인사'로 자기 사람을 임명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과 경북, 충북 등에서 전문임기제를 채용하면서 잡음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도 전문임기제를 운영할 계획이어서 인사 문제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안부는 전문임기제의 부작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의 전문임기제 임용 계획을 승인하는 역할만 할 뿐이지, 실제 현장에선 어떻게 운영하는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그동안 행안부에서 승인받은 전문임기제 신청 건수는 50건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보좌기구인 전문임기제를 실·국처럼 운영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행안부 지침상 전문임기제 밑에 하위 조직을 둘 수 없는데도 2급 상당 전문임기제인 소통협력관에 4개 부서를 총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내 한 행정자치연구원 관계자는 "전문임기제 도입 취지가 지방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본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 행안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