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기 동두천시 송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영어 단어 레퍼런스(Reference)에는 '언급하다, 인용기준, 참고문헌'이라는 뜻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뜻이 조금씩 달라진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 단어는 주로 논문이나 책을 쓸 때 뒤에 달아 인용한 글귀의 출처를 밝히기 위한 참고도서의 목록으로 쓰인다. 외국 기업에서 채용할 때 요구하는 자기 기술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제조업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의 기준으로 삼기도 하며, 인문학처럼 개인이 살아온 경험·가치관·인간관계 등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 하나의 경험이 쌓여 삶의 '레퍼런스'를 지녀 그 사람을 대표하는 상표를 말하기도 한다.
이런 중의(重意)적인 레퍼런스란 단어를 주민과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민원담당 공무원들에게 주민복지와 공익차원에서 적용하면 어떨까.

첫 번째 레퍼런스는 이렇다. 논문이나 책을 쓰기 위해 관련 분야에서 좋은 글들을 인용하거나 차용을 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듯, 민원처리를 하면서 관련 법 등을 잘 살피고 익혀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면 훨씬 나은 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외국 기업에서 채용을 하거나 집을 구하고 학업을 할 때 요구하는 레퍼런스라는 자기 기술서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직장 상사나 동료의 소속과 직책,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3명 정도 적어내는 일이다. 쉽게 말하면 '보인증인'인 셈이다. 다시 말해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한 상사나 동료의 평가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공직에서도 근무성적평정 제도가 있지만, 전 근무지나 현 근무지 상사가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조직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각자 하기 나름이긴 하다.
세 번째 레퍼런스는 고도의 기술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표준이 될 정도로 최고의 기술이 담겨 있는 제품을 일컫는 말이다. 공직에 대입한다면 '행정의 달인' 정도가 될 것이다. 공복으로서 최고의 가치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원 친절'은 같이 쓸 수 없어 보인다. '민원(民願)'은 화가 나 있는 상태이고, '친절(親切)'은 그 앞에 서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행정의 달인'이라면 '친절'은 달고 살 수 있고, '장인이 만든 제품'이라면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항상 다툼이 있는 민원도 불티나게 팔리는 '친절'로 변하는 장인으로 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의 저자 장진홍씨가 언급한 바와 같이 '내가 가진 레퍼런스의 두께는 곧 나의 두께이다.

우리는 자신의 래퍼런스만큼 이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개인의 레퍼런스는 삶을 수용하고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레퍼런스의 두께가 인간 각자의 모든 것을 함축한 총체적 역량의 두께인 것처럼,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레퍼런스의 두께는 청렴과 봉사, 공(公)과 사(私)를 바르게 구분하는 것, 그리고 친절로 귀결된다고 본다.

필자가 근무하는 동두천시 송내동은 2만8000명의 인구가 살고 주거와 상업, 농업이 혼재되어 있는 도농복합 지역이다. 민원도 많고 요구도 다양하며, 새로운 동으로 탄생한 지 이제 10년을 맞는 곳이다. 2017년도 통계에서는 민원이 수의 지표인 수입증지 금액이 4800만원으로 시 전체 33%를 차지할 만큼 민원인이 쉴 새 없이 찾아온다. 따라서 주민과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 위에 서술한 네 가지로 쓰이는 레퍼런스 단어의 의미처럼, 민원을 담당하는 동 직원들이 민원을 대하는 데 활용했으면 한다. 때론 좋은 친절의 방법을 인용도 하고, 자기 기술서처럼 반성도 해보았으면 싶다. 장인정신으로 만든 표준 제품처럼 친절이란 최고의 기술을 발휘하기도 하고, 민원인에 대한 경험과 깨우침을 통해 송내동 최고의 레퍼런스, 최고의 민원담당 공무원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