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관련 한차례 소란 뿐 대부분 흐지부지·李 '여유' … 경기도 국감 맥 없이 끝나
이재명 경기지사 개인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쟁점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9일 경기도 국정감사가 당초 예상을 깨고 맥없이 끝났다.

국감 초반 조원진(대한애국당·대구달서병) 의원이 이 지사의 친형관련 녹음을 틀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한차례 소란이 빚어졌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이 지사는 답변 도중 소리를 내어 웃거나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가며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지우고, 자신을 둘러싼 개인사 해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이 지사에 대한 녹취가 2개 있다. 틀고 싶은데 의논 좀 해달라. 과연 도지사로서 자격이 있는지"라고 인재근 위원장에게 요구했던 조 의원은 정작 자신의 질의시간이 되자 "국민정서상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며 녹취록을 틀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엄청난 압박을 받아서 안 됐다는 느낌도 있다. 탈당 권유받고 경찰 압수수색도 받았다. 소회가 어떠냐"고 묻고 이 지사가 "인생무상"이라고 답하자 함께 크게 웃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지사는 조 의원이 직접 질의하지 않은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으로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경위를 장황하게 설명했고 조 의원은 이를 경청하기까지 했다.

이채익(한국당·울산남구갑) 의원은 "성남시장부터 지금까지 정치 활동하며 제소를 많이 했는데 제소현황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해 일전을 예고하는 듯했지만 역시 유야무야 됐다.

이른바 '조폭연루설'과 관련해 김영우(한국당·포천가평) 의원은 "이 지사 페북을 보니까 경기남부경찰청 내사에서 무혐의로 끝났다고 했는데 남부경찰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따지자 이 지사는 "언론에 나와서 인용했다"고 답했다.

다른 의원들은 조폭연루설에 대해 문제 제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 지사와 여권 내부의 갈등을 부각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김영우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후보였고 차기 대선후보로 꼽힌다. 이런저런 견제가 많을 거로 생각한다"며 "최근 문재인 정부 실세로부터 자진 탈당 요구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의견 판단하기 어려운데 그런 말씀 하신 분 있었다"며 "저보고 (탈당을) 고려하라는데 내가 안 하면 그만 아니냐"고 답했다.

조원진 의원은 "여배우 스캔들 등 이 지사 관련 사건이 저한테 20건 있었다. 이걸 버티고 올라오니 대단하다"며 "'안이박김'에 당하지 말고 잘 버텨라"고 난데없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부임하면서 시행한 '건설원가공개제', '지역화폐상품권' 등 논란을 일으킨 주제에 질의가 집중됐다. 도내 발생한 고양 저유소 폭발사건, 용인 삼성기흥 이산화탄소 유출 사망사건 등 안전 분야에도 집중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가 안정되면 산하 시·군과 협의해 건설원가공개를 확대하겠단 뜻을 밝혔고 찬반이 엇갈리는 경기도 분도를 놓고도 장기적으로 분도로 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내놓는 등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