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해변 정화' 시·환경단체·주민100명 참여
밧줄·타이어·소주병 … 배에 다 싣지도 못하는 양
▲ 지난 20일 해양도서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위해 굴업도를 찾은 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가 섬에 버려진 밧줄을 수거용 차량에 싣기 위해 빼고 있다.

"10년 전에 찾은 굴업도는 해변이 새하얀 모래로 가득한 섬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래보다 쓰레기가 많네요."

지난 20일 쓰레기 봉투를 들고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해변에 들어선 이휘숙(62·여)씨는 해안가에 널린 쓰레기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인천시와 환경단체, 주민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해양도서쓰레기 수거 캠페인'이 열린 이날 굴업도 해변 곳곳에는 거대한 플라스틱 통을 비롯해 스티로폼과 밧줄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낚시용품과 소주병, 버려진 타이어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해변에 버려진 그물은 성인 남자 3명이 달라붙어도 빼낼 수 없을 정도로 모래에 깊이 박혀 있었다.

빼어난 풍경으로 서해의 갈라파고스 제도라 불리는 굴업도는 20여명이 살고 있는 면적 1.71㎢규모의 작은 섬이다. 하지만 섬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에 속해 해양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빈남옥(57·여)씨는 "쓰레기를 줍다 보면 어부들이 버린 그물과 통발 등이 많다"며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순(58·여)씨 역시 "어구 주인이 누군지 표시하는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진 수거 활동이 끝나자 굴업도 쓰레기 집하장엔 수십여 개 봉투가 수거용 차량 높이만큼 쌓였다. 무게로 치면 약 100t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는 시가 투입한 씨 클린(Sea-Clean)호와 옹진군에서 준비한 배를 통해 육지로 옮겨졌다. 시와 군은 매년 1~2회 굴업도에 배를 보내 집하장에 모인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배에 실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 굴업도엔 미처 가져가지 못한 쓰레기가 수십 년째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해양 쓰레기 100여t을 치웠지만 집하장 구석엔 치우지 못한 봉투가 가득했다.

최선엽 굴업도 이장은 "깨끗한 섬을 만들기 위해선 쓰레기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치우는 게 핵심"이라며 "적어도 분기마다 한 번씩은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굴업도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트랙터 등 장비를 지원하고 쓰레기 수거 횟수를 늘릴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