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붉은 사암 순간순간 색 바꾸는 섬세한 자연의 힘
▲ 페이지를 일약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빛의 향연' 앤텔롭 캐니언. 앤텔롭 캐니언은 시간대에 따라 터널 안으로 유입되는 빛의 양과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모습을 띤다. 붉은 사암층의 부드러운 결과 빛이 순간순간 색을 바꿔가며 신비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 앤텔롭 캐니언을 트래킹하는 관광객들. 앤텔롭 캐니언은 찾는 이가 많아 입장권을 적어도 한 달 이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약 30분가량의 협곡 투어는 입장료 8만원이 아깝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 호스슈 벤드. 나바호 사암층을 수직으로 깎아내며 U자형의 깊은 협곡으로 말발굽모양을 띠고 있다. 페이지를 찾는 사람들이 앤텔롭 캐니언과 더불어 반드시 찾는 명소이다.

 

그랜드 캐니언의 사우스 림에서 일몰을 구경하고 나니 곧바로 어둠이 찾아왔다. 3시간가량의 밤길을 달려 늦은 시각 페이지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글랜 캐니언댐-호스슈 벤드-앤텔롭 캐니언 순으로 페이지 탐방을 시작했다.

애리조나 북부의 페이지는 사실 글렌 캐니언댐 건설로 도시가 개발되면서도 주변 도시를 잇는 중간기착지(숙박지)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니지 않았던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빛의 향연'이라고 불리는 앤텔롭 캐니언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오면서부터 일반인에게 널리 소문이 나 지금은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첫 번째로 찾은 글렌 캐니언댐은 1964년 콜로라도강을 막아 만든 댐으로 높이 216m, 두께 106m, 길이 475km로 130만 ㎾의 전력을 생산해 유타주를 비롯한 주변 4개 주에 전력을 공급한다. 한편 댐의 건설로 면적 33㎢, 길이 298km, 호수변 총길이 3,150km의 큰 호수가 생겨났는데 그 이름은 그랜드 캐니언을 발견한 파월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콜로라도강의 푸른 강물과 오렌지 핑크색의 캐니언의 퇴적층인 나바호 사암(중생대 쥐라기 초기인 약 2억년 전 경에 바다에서 모래가 쌓여 형성된 암석으로 페이지 일대의 지표 대부분을 구성함)과 조화를 이루는 호수 일대의 풍광이 뛰어나 찾는 관광객이 많다. 댐의 건너편에는 댐의 역사와 규모, 댐 주변 동식물의 생태계와 화석 그리고 수력발전 양식과 하천의 침식과 퇴적에 의한 다양한 지형형성작용 등의 자료를 안내하는 칼 헤이든 비지터센터가 있어 꼭 들러볼만하다.

두 번째로 글랜 캐니언댐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U자형으로 휘돌아가는 깊은 낭떠러지의 웅장한 물줄기를 찾았다. 콜로라도강물이 오랜 세월 흐르며 두꺼운 나바호 사암층을 수직에 가까운 약 300m 가량의 높이로 깊게 깎아내었는데, 그 형상이 마치 말발굽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라고 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랜드 캐니언의 상류에 위치한 이곳의 강물은 하류의 그랜드 캐니언 부근과 달리 사암층을 흘러 맑으며, 현재도 침식이 진행 중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페이지가 숨겨 놓은 빛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협곡 속의 보석'과도 같은 곳 앤텔롭 캐니언을 찾았다. 앤텔롭 캐니언은 지층 속의 갈라진 좁은 구불구불한 협곡으로 외부에서는 식별이 어렵다. 앤텔롭 캐니언이란 이름은 1931년 앤텔롭 양떼에게 풀을 먹이던 나바호 아메리카인디언 소녀가 길을 잃은 양을 찾기 위해 들판을 헤매다가 햇살이 쏟아져들어오는 협곡을 발견해 명명된 것이다.

앤텔롭 캐니언은 어퍼(Upper) 캐니언과 로어(Lower) 캐니언으로 구분되는데, 앤텔롭 캐니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퍼 캐니언을 방문한다. 그 이유는 정오 시간대 협곡 바닥으로 떨어지는 빛줄기가 만드는 환상적인 풍광을 구경할 수 있으며, 평지를 이뤄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천장의 갈라진 틈에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과 붉은 사암의 부드러운 곡선의 결이 만나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풍광이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토록 신비로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앤텔롭 캐니언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지금은 앤텔롭 일대가 일년 중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이지만 몬순계절에 폭우가 집중되면 일순간 강한 홍수가 발생한다. 홍수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암반층에 발달한 작은 절리와 단층사이로 빗물이 흘러들면서 큰 압력에 의해 빠르게 통과하면서 사암을 깊게 깎아내어 조각품과 같은 아름다운 결을 지닌 지금의 골짜기를 형성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지층 하부로 더 깊이 침식이 이뤄졌으며 지층 곳곳에는 급류가 소용돌이치면서 암반을 넓게 깎아낸 흔적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사진 마니아들로부터 앤텔롭 캐니언이 소개되면서부터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서부 지형 가운데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명소'로 알려지면서 작은 도시 페이지를 찾는 이가 많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