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막상 개정할 수 있을지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지만 또 누구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지난달 6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방의회 의원 선거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도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국시도의장협의회는 지방의원의 후원회 운영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6조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연내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가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지방의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한다. 공직후보자간 차이를 두는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다만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항시 경계해야 할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묶어두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법률로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른바 '합법적'이라는 변명이 가능하다. 이 외에 가장 유효한 수단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게 바로 공천권이다. 말로는 당내 민주주의를 외치고,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말하지만 정작 이런 방식이 관철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설사 제도를 약간 바꾼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천이나 지구당 운영에서 국회의원들이 경쟁자를 통제할 수단은 막강한 힘을 근거로 한다. 한 때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간 것도 사실은 이같은 정치현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에게 물었다. 63.6%가 정치자금법 개정에 동의했고, 14.5%가 반대했다. 정치자금법으로 지방의원을 차별할 이유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있다면 오직 민의에 역행하는 국회의원들의 월권만이 있을 뿐이다. 특혜 안에 안주하려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결국 민주주의를 방해하고, 특히 정당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정정당당하게 일하고, 그 결과로 다시 민의의 선택을 받는 떳떳한 정치인이 되려면 마땅히 정치자금법부터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