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별 기대도 않았던 국정감사가 연일 뜨겁다. 사립유치원들의 국민세금 빼 먹기 큰 잔치에다 며느리까지 정규직으로 불러들인 서울시 공기업의 고용세습 큰 잔치까지. 이 와중에 KBS의 수신료 인상 논란도 국민들 비위를 긁어 놓았다.
▶한 때 시청료로도 불리던 수신료는 처음 100원(1963년)에서 1981년 컬러TV가 나오면서 2500원이 됐다. 당시에는 시청료 징수원들이 안방에 TV가 있는지를 확인해 가며 돈을 거뒀다. 1994년부터 한전의 전기요금에 통합되면서 준조세가 돼 있다. 1980년대 후반, 범국민적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KBS가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외면해서다. 당시 신문들은 '방송 비평' 코너를 고정적으로 게재했다. KBS와 MBC를 두들겨 억압적 정권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잠시지만 시청료가 아깝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1983년 여름, 전 국민을 울렸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이었다. 여의도 KBS 광장은 전쟁과 궁핍의 시대를 거치면서 아프게 살아 온 민초들의 눈물로 얼룩졌다. 그러나 작금의 KBS는 다시 수신료가 아깝게 됐다. 142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돌아온 이들이 혁명군처럼 '적폐 청산'과 '부역자 색출'에 날을 보낸다. 이른바 '진실과 미래위원회'는 혁명위원회다.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는 데 더욱 모진(김훈의 남한산성)' 장면들이다.
▶어느 아침 습관처럼 KBS 뉴스를 듣다가 소스라쳤다. 청와대발 보도자료를 토씨까지 앵무새처럼 읽고 있었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보도자료'와 '보도'를 분별할 줄 안다. 언론의 본령은 정부 비판이다. KBS는 지금, 정부 비판을 다시 비판하거나 이미 죽은 정권을 물어뜯으며 언론인척 한다.
▶4596명의 KBS 직원 중 60%가 억대 연봉이라고 한다. 하루 종일 신문만 뒤적이다 퇴근하는 이들도 많다는 건 이미 회자된 얘기다. 올해 초 파업에서 복귀해 '새로운 KBS'를 외치던 한 아나운서가 생각난다. 방송 도중 그는 "파업 중 저가항공을 이용해 여유롭게 일본 여행을 했다"고 저도 모르게 자랑하고 있었다.
▶영국이나 일본에도 시청료가 있다. 그래도 그들은 자랑스런 BBC나 NHK를 가지고 있다. 시청료-전기요금 분리 운동이 시작되고, 국민 84%가 '반대'한다는 시청료 인상이다. 올해 수신료 환불민원도 2배 이상 늘어났다. 대부분 'KBS를 보려 시청료를 내기는 싫다'는 민원이라고 한다. 수신료를 올려 억대 연봉을 지키겠다니, 국민들과 멀어질 궁리만 하는 KB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