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나라 대표 변호사

 

가을이 만개하다. 단풍이 드는 멋진 주말에 서 있다. 법률가의 차가운 가슴에도 가을의 향취, 특히 1910년도에 멕시코에서 들어왔다는 외래종 코스모스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대학시절 교수님은 법률가는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부동산이 동산으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땅에 붙은 나무는 부동산이지만 낙엽은 나무에서 분리되어 움직이는 동산이라는 이야기이지만 법률가의 냉정함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법률가로 훈련을 받고 교육된 30년의 세월은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가슴에는 차디찬 법률가의 가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삶, 아파하는 인간의 삶, 고뇌를 진 지식인의 삶 등 많은 삶의 가치가 공존한다. 택시를 타면서 많은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면 변호사의 범죄에 대한 시각을 나도 모르게 나누게 된다.

우선 법률가는 의뢰인이기도 한 범죄자에 대해 '동정적'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에지간한 징역형에 대해서도 판사의 판결을 쉽게 비판하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판사의 형량이 너무 약하다는 젊은 친구들의 비판이 난무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범죄현장의, 아니면 범죄에 대한 TV, 신문의 설명일 것이다. 범죄현장의 참혹함이나 범죄 피해자의 아픔을 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피해자를 동정하며 범인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 마련이다.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거나 그것으로 인해 형사처벌이 확정된 사람을 만난다. 두려움에 떨고 있고, 수년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난 다음의 자신을 걱정하는 연약한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은 생각보다 포악하지도 않고 많은 경우 체념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그들을 만나면서 변호사는 범죄에 대해 온정적인 인간으로 변한다. 범죄현장을 본 사람은 피해자에 대한 동정으로 강력한 처벌을, 수감된 피의자를 본 사람은 관용을 요구하는 법이다. 그들은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가끔 택시에서 형량, 특히 대한민국의 형량이 너무 무르다는 택시기사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반박하게 되는 이유이다.

변호사, 아니 법률가는 진보적일까? 법률가 중에는 세계의 진보에 기여한 분이 많이 있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던 블라디미르 일리이치 레닌이 그렇고, 우리나라에도 초대 대법원장을 거친 독립운동가 김병노 선생처럼 진보의 현장에 서신 분이 적지 않다. 현재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같은 진보적인 단체를 결성하여 인권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는 변호사도 많다. 그러나 법조계 전반을 보면 보수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법은 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일부 수행하지만 대부분 사회의 안정화에 기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률가의 성격도 기본적으로 법률의 해석에 얽매이고 있으면서 그것의 해석이 법률조항과 맞아떨어질까를 고민하다가 그것이 최종적으로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예외적인 경우에 불만을 터뜨린다. 인간사에서 그런 불만의 시기는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법률가 출신의 국회의원이 많아진 요즘에 보면 아주 '꼴통'으로 보이는 법률가 출신의 국회의원도 드물지 않다. 평가하면 법률가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집단으로 보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2만5000명의 군단규모를 가진 한국 법조계는 어떠할까? 과거 사법시험시절의 법조인은 엄밀성, 정확성, 성실성 측면에서는 누구도 나무랄 수 없었겠지만 여유로움, 헌신성, 새로움의 가치를 갖추기에는 어려웠다. 사법시험이 기본적으로 공무원을 양성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로스쿨로 출발하는 젊은 법조인은 그보다는 더 밝고 넓은 한국법조의 모습을 갖추어 나갈 터이다. 새로운 신세대 법조인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상과 법률은 더 자유롭고 인간의 권리에 복무하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2만5000명이나 되는 법률가가 모두 밥벌이에만 혈안이 된다면 이 나라 백성의 삶은 피폐하여지기 쉽다. "배고픈 변호사는 사자보다 무섭다"라는 유머처럼 지식으로 무장한 사나운 강도가 아니라 항상은 아니겠지만 인권과 발맞추는 직업가로서 변호사단 군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시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낭만과 어릴 적 코스모스 길을 따라 학교로 가던 향수가 서린 계절이다. 이 계절의 축복을 받은 법률가들이 시민에 대한 봉사와 함께함의 덕목을 함께 갖추어 나가는 덕목을 기르기 좋은 시절이다. 인간을 위한 공평한 사법을 내심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