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첫 여성 2급 공무원 발탁
▲ 올해 7월 인천시가 사상 최초로 여성 2급 공무원 시대를 열었다. 18일 인천시청 야외에서 금녀의 벽을 허문 주인공 한길자 시민안전본부장이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성 2급 공무원으로 발탁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사실 '처음'은 처음이 아니다]
최초 여성 사무관·이사관 영예
전국 첫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

[안전, 시민에게 최고의 복지]
끝없이 고민해 촘촘히 구현할 것
후배들도 힘든길 개척해나갔으면


올해 7월 인천시가 사상 최초로 여성 2급 공무원 시대를 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금녀의 벽을 허문 주인공은 한길자(59) 시민안전본부장. 이제 그가 가는 길은 시의 역사가 되고, 여성 공무원들의 희망이 된다.

18일 시청에서 만난 한 본부장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배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온화한 미소에서 40년 공직 생활의 내공이 느껴진다. 다음은 한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인천시에서는 처음인데, 여성 2급 공무원으로 발탁된 소감은

사실 그 타이틀이 부담스럽다. 그동안 여성이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을 처음으로 가보는 만큼,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부족하지만 모든 여성 공무원들이 희망을 갖고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롤모델이 되고자 한다.

▲공직 사회에 입문한 계기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 만큼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공직사회란 생각으로 공무원 시험을 치른 게 계기가 됐다. 1978년 당시 경기도 인천시였던 인천에서 행정직에 합격하면서 남구(현 미추홀구) 주안2동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공직에 입문했을 때는 여성 공무원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남자 100명에 여자 10명으로 여성 공무원을 남자의 10% 비율로 한정해 합격시키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인천시 최초 여성 사무관(시험 승진), 최초 여성 이사관이라는 영예를 안은 게 떠오른다. 지금의 e-호조 시스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통합 재정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인천시 자금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 개혁 모범 사례로 정부 신지식공무원(인천시 1호)으로 선정됐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전자 결재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를 혁신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2015년 보건복지국장에 재직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메르스가 발생했다. 인천시민의 안전을 위해 직원들과 한 달 이상을 밤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민선 7기의 재난·시민 안전 정책 방향은

인천이란 도시를 떠올릴 때 가장 중요한 미래 가치 중 하나가 '안심과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시는 시민 안전 정책을 추진하고자 2013년 8월 안전 분야 전담부서인 '안전총괄과'를 신설했고, 2015년 7월부터 재난안전본부로 확대 운영해왔다. 민선 7기에선 그동안 축적된 행정력을 바탕으로 '시민이 원하는 안전 시스템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미로 조직 명칭을 이달 8일자로 '시민안전본부'로 새 단장했다.

그동안 안전 정책이 대응과 복구에 치중했다면, 민선 7기에선 예방에 중점을 두고 시민 안전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재난은 대응과 복구도 중요하지만 결국 예방이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재난 양상이 대형화·다양화되면서 사고 발생 후 수습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는 시민이 체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안전 정책을 고민하면서 좀 더 시민 생활에 밀접하고 다양한 안전 시책을 펼치겠다.

▲무엇보다 시민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한데

민선 7기 공약 사항에도 시민 안전을 위한 정책에 3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먼저 각종 사고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시민을 구제할 수 있는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를 위해 10월8일 '인천시 시민안전보험에 관한 조례'가 공포됐으며, 각종 자연재해·재난·사고·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한 시민에게 최고 1,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등 시민의 안전한 생활을 돕는다. 두 번째로 재난·재해 발생에 대비해 위기관리 시스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인천안전보장회의를 구성할 계획이다.

현재는 재난·재해 발생 시 관련 법령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와 함께 사회적 이슈나 사건 발생 시 시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구가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시장 자문기구인 인천안전보장회의를 구성해 앞으로는 시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올 4월 문을 연 재난안전상황실을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고도화 사업을 통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구축해 안전 도시 인천을 구현하겠다.

▲안전과 관련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근 들어 인천에서 남동구 세일전자 화재와 서구 공단 화재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은 그 모든 것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인천시도 시민 안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많은 고민을 하며 다양한 시책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안전은 '나부터 먼저'라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들도 이제는 '나 하나쯤은'이라는 생각을 벗고, '나부터 먼저'라는 생각으로 사소한 일도 무심히 넘기지 말고, 확인하는 습관을 생활화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에 노력해 줄 것을 부탁한다. 소중한 시민의 삶을 행복하게 바꿔 줄 따뜻하고 희망 넘치며 재해 없고 안전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 본부장을 롤모델로 삼은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여성 공직자로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본인만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화려하고 쉬운 길도 좋지만 어려운 길, 힘든 길도 개척해 나갔으면 한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을 배양해 소신껏 능력을 펼치는 우수한 공직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라며, 옆에서 응원하겠다. 저 역시 후배 공직자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여성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여성 비율이 어느새 60%를 넘어서고 있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다방면에서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소신 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각 분야에서 열심히 근무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매우 든든하다. 공무원은 시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책임감을 항상 가슴깊이 새기고 성실히 근무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돌이켜 보면 세월여류라는 말처럼 지난 40년의 공직 생활이 정말 한순간에 지나간 것 같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공직 생활 동안 '안전특별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다. 안전은 시민을 위한 최고의 복지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한길자 인천시 시민안전본부장 이력

●학력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교육학 석사)
인하대학교 일반대학원 융합건강과(박사 과정)
●경력
인천시 여성복지관 관장
인천시 장애인복지과장
인천시 인재개발원장
인천시 보건복지국장
인천시 남구 부구청장
인천시 재난안전본부장
(현)인천시 시민안전본부장
●포상
국무총리 표창(신지식공무원)
대통령 표창(인구주택 총조사 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