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용 인천미협·부평미술인회 회원

 


30년 가까이 부평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미술협회 회원이다. 예전엔 부평지역 전시장 미비로 인해 전시를 하려면 서울로 가야 하거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을 이용해야 했다. 부평에서 해야 할 때는 부평구청 2층 민원실 옆에 칸막이를 하여 전시를 하곤 했다. 처음 부평에 문화재단과 아트센터가 생기고 작가들에게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지역작가들과의 예술적 협업이나 교류는 없었다. 문화재단의 비상근대표가 근무하며 체계가 없어 여전히 예술인들에겐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민간대표이사가 상근하면서 문화재단은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점차 수준 높은 공연이 하나씩 무대 위에 서게 되면서, 그리고 지역작가 전시뿐 아니라 중견작가와 청년작가들의 새로운 전시를 열면서 5년 만에 예술인들에겐 자부심을 안겨주는 아트센터로 거듭나게 되었다. 부평지역 예술인뿐만 아니라 타 지역 작가들도 아트센터에서 전시와 공연을 원하는 경쟁률 높은 전시장이 되었다.

부평아트센터의 지역 대표 예술을 창출한 일은 무엇보다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이후 부평 애스컴을 중심으로 성행한 라이브클럽과 창작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2018년 한국예술회관연합회 문화공감사업 국공립우수공연으로 선정되었다. 2014~15년 한국예술회관연합회 문예회관 레파토리 제작개발 지원 2년 선정, 2016년 예술경영지원센터 우수전문예술법인 단체 인증 및 대표상 수상 등 큰 성과를 냈다. 또 부평의 음악적 역사를 배경으로 시작된 부평밴드페스티벌을 발전시켜 뮤직컨퍼런스·공연·전시·세미나를 곁들이는 '부평음악도시축제'를 열었다. 아울러 1970~80년대 부평노동현장과 노동음악사를 재평가한 '부평 솔아솔아 음악제', 내 집 앞 5분 거리에서 만나는 찾아가는 공연 '문화마실'과 '로비음악회' 등 아트센터 내외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즐길 수 있는 무료 축제 공연을 개최했다. 더 가까이 주민과 호흡하는 지역 공공극장으로의 변화뿐 아니라 부평 문화교육연구, 부평문화포럼, 음악도시원탁회의, 시민공감회, 부평뮤즈, 평등한클럽소수모임지원, 부평구립여성합창단, 부평구립풍물단, 부평구립소년소녀합창단의 부평구립예술단 운영 등 문화재단의 역할은 다양하고 신선했다.

올해만 해도, 역량 있는 부평지역 시각예술가들을 집중 조명하고 중견작가와 신진작가가 조화를 이뤄 협업하는 기회를 확대하며 부평시각예술 발전을 견인하는 기획전시 '부평작가열전'이 5회를 맞았다. 미래세대인 어린이부터 그림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시상과 우수작품을 선보이는 '가족을 위한 기획전시', '어린이그리기대회'도 5회를 맞았다. 또한 미래를 이끌어 갈 신진미술가 발굴·육성 사업 '부평영아티스트 공모전', 'POP PRIZE', 미술품 경매를 통한 지역미술시장의 개척과 지역미술계 활성화에 기여한 '부평옥션-화이트 세일'에 이르기까지 문화재단의 사업은 부평문화예술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을 바라보고 접하는 예술인들에게는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주었다.
지난 봄 부평아트센터 공연장에서 인천에서 최초로 여는 도이치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있었다. 그런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하려면 서울예술의전당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것을 부평아트센터에서 서울 공연의 반값도 되지 않는 공연료로 관람하고, 베토벤과 브람스를 듣는 그 여운과 감동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부평구유치원연합단체가 유치원생공연을 위해 대관을 신청했다가 가로막혔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름만 아트센터일 뿐 문화예술회관임에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타 지역 문화회관은 학교나 유치원 행사에도 공연장을 빌려주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예술인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까지 느꼈다. 더구나 "구민공간을 위해 대관규정을 고치려 한다"는 구 관계자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구민회관과 아트센터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들의 무지로 인해 예술인들에게, 그리고 문화적 자긍심을 지키고자 하는 구민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재롱잔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지만, 300석 규모의 공연장 시설을 보유한 문화재단 산하 청소년수련관이 있고, 1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보유한 문화사랑방도 있는데 굳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긍지 속에 존재하는 아트센터 공연장을 이용하는 게 마치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턱 낮은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하나. 최소한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망과 지역 예술가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한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