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꺼낸 '신체검증' 카드는 절박함이었다. 도정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외부적 압박이 심해지자 극단적이고 굴욕적일 수 있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 지사는 지난 13일 신체검증 의지를 밝히면서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더는 이 문제로 경기도정이 방해받지 않도록 제 신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배우 스캔들'은 김부선씨가 반복적으로 이 지사와 불륜을 주장하며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고, 그외에도 많다고 했다. 뚜렷하지는 않았다.

증거없는 폭로전에도 이 지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씨의 주장만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김씨의 말은 나중에 스스로 부정당했다.
이 지사 사진인 것처럼 SNS에 올렸다 다른 인물로 밝혀졌고, 같이 가서 이 지사가 카드로 결제했다던 낙지가게는 '2007년에 카드결제기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첫 출두때 경찰서에서 진실을 다 말하겠다고 했다가 조사를 거부했다. 증거를 이미 제출했다고 하지만 확인도 어렵다. TV 출연에서도 증거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였다. 변호사도 필요 없다는 김씨는 나중에 변호사 선임후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증거가 저장된 노트북은 사라졌다고 했다.
이 지사는 기회가 될때마다 "주장만 하지 말고 증거를 내놓길 바란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이 지사가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구체적 사안으로 제기된 것이 점 의혹이다. 스캔들의 스모킹건이 됐다.

하지만 지난 16일 아주대학교 의료진이 이 지사의 신체검증을 한 결과 '특정 신체 부위'에 큰 점과 점 제거 흔적이 없고 발표했다.
이 지사의 승부수로 개인의 신체비밀이어서 대중에 공개하거나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큰 점'이라는 구체성을 가진 파괴력이 이제는 이 지사의 무기가 됐다.
공식 검증은 아니고 추후 수사기관에서 필요할 경우 정식 검증을 다시 할 수도 있지만 공인된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참고할 수 있는 결과다.

김씨의 법률 대리인인 강용석 변호사는 이날 또다시 진흙탕 논란을 야기했다.
강 변호사는 "이 지사가 제발 저려서 생쇼 셀프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저희가 시선 모을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많겠냐. 온갖 이야기가 다 있고 온갖 장소가 다 있다. 그중 하나가 국가인권위 1층 주차장이다.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점은 빙산의 일점에 불과하다. 그걸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인권위 주차장 이야기는 더 선정적"이라고 예고했다.
이때문에 김씨측이 스캔들 사안 자체를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주는 진흙탕 논란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초부터 점의 유무는 불륜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는 사안인데다 매번 달라진 내용과 선정적인 내용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 차기 대선주자인 이 지사를 초반부터 무너트리기 위한 세력들이 집요한 공격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하튼 이 지사의 신체검증으로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스캔들 부분에 대해 의혹을 전면 부정한 이 지사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은 이 지사의 신상을 둘러싼 수사는 그대로 하되, 진흙탕으로 이끌고 가는 논란과 의혹 제기는 멈춰달라는 요구로 반전되고 있다.
SNS 등에서는 "김씨측에서 정말 확실한 이야기, 유력한 주장을 내놓는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지금까지처럼 오락가락한다든가 근거가 희박한 선정적인 주장으로 이슈만 키우는 것은 멈춰달라"며 "이 지사측도 이제는 좀 차분하게 대응하고, 도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용 도 대변인도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모멸감과 치욕을 감수하고 힘들게 신체검증을 했고 검증결과 김씨측의 주장이 허위로 증명됐다"며 "이제 더는 소모적인 논란을 중단하고 이 지사가 도정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