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말은 종종 칼이 된다. 법학자 홍성수는 아예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자인 현직 판사 문유석은 그의 책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이 사람마다 갖고 있는 급소를 찌를 수 있다 말한다.

물론 말만 그런 건 아니다. 글도 그렇다. 말은 던진 뒤 되돌릴 수 없기에 모든 후회는 때 늦은 후회다. 글 또한 다종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탑재되는 순간 통제권 밖의 것이 된다. 이런 말과 글들이 누군가의 급소를 향한다면, 하여 돌이키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면 문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하다.

사이버공간의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름 들어 본 것만도 30여 개를 웃돈다. 이것들은 제각각 갖는 기능을 앞세워 이용자들을 불러 모은다. 개별 소셜 미디어들이 갖고 있는 기능과 편의성에 힘입어서다. 하지만 이따금 터지는 문제가 갖는 파장은 비극적이거나 사회질서를 뒤흔든다. '사회관계망'을 뜻하는 SNS가 '멍청이 양성 시스템(Stupid Nurturing System)이라 조롱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NS가 그저 '멍청이 양성 시스템'에 그친다면 문제랄 것 없겠다. 하지만 저마다 계정 뒤에 숨어 말이나 글로 엮은 칼을 던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초 서로 아는 이들끼리 소식을 나누는 데서 출발했지만, 결국 닮은 것들끼리의 플랫폼으로도 바뀌면서 부정적인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동학대 교사로 지목된 어린이집 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그렇다. 사실과 관계없이 무리 지어 벌인 비난과 신상 털기는 결국 칼이 됐다. 피해자는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건데, 이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일어날 거다.

이처럼 온라인커뮤니티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이를 공유하니, 한쪽으로 쏠리는 메아리방효과(echo chamber effect)는 필연적이다. 게다가 이런 편향성은 사이버공간으로의 연결이 더 잦고 더 넓어질수록 더 강해진다, 하지만 기댈 곳은 고작 이용자 각성(?)일뿐 달리 방책이 보이지 않으니, 사이버 세상이 불러일으키는 변화가 날로 더욱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