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회계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는 사립유치원들의 고질적 비리를 척결하기 어렵다. 사립유치원들이 비리 교육기관으로 지탄을 받고 국민의 공분을 사게 한 1차적인 책임은 사립 유아교육 단체의 배후 집단행동에 발목을 잡힌 교육부와 교육청에도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을 요구하고,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에 집단휴업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다 철회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공립 원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9%)에 비해 1/3 수준인 25%에 머물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국공립보다 사립의 보육 수준이 떨어져 학부모들의 국공립 확대 요구는 당연한 현실이다. 국민의 세금은 마음대로 쓰고, 회계감사는 싫다고 하지만 정작 특정 회계감사에 적발된 원장들이 줄줄이 밝혀지고 있다. 더구나 5일 교육부와 인천·경기·서울교육청이 후원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연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유총 회원들은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 기관으로 매도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교육위 국감에서 지난 11일 박 의원이 공개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교비횡령은 충격을 넘어 '명품 게이트' 사건으로 번질 추세다. 한유총의 주장은 허무맹랑했다. 다만 행정 착오 등 단순한 실수에 따른 유치원들도 상당수 포함돼 사립유치원 모두 비리 대상으로 지목될 수는 없다. 인천의 경우 사립유치원 265곳 중 최근 3년 새 106곳이 비리에 적발됐다. 지난해 2188개 어린이집 중 1890곳을 점검해 2395건을 지적했다. 지도점검 인력 1명이 100여 곳의 어린이집을 담당할 정도로 인력도 모자란 실정이다.

징계의 수위가 대부분 경징계 수준보다도 낮은 주의, 경고, 예산 회수·반환에 그쳐 형식적이라는 여론이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아이들을 볼모로 '장사꾼'으로 둔갑하고, 국비를 원장의 호의호식에 사용한 만큼 법적 제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등의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사립유치원 감사 체제를 강화하고, 이번 비리 공개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