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인하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


3년 만에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해 전국이 긴장상태에 놓였었다. 다행히 추가 확산 없이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라 10월16일 종식이 선언되었다. WHO는 '21세기는 감염병의 시대'로 정의하고 인류에 위협을 주는 신종 감염병 방지에 전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었다.
금세기 의료전문가들은 밖으로는 사스, 메르스와 같은 신종 유행병들의 전파와 안으로는 항생제 내성으로 더욱 강력하게 진화된 세균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23일자 인천일보 1면에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인천지역에 설립돼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는 발생 후 인천시 보건당국이 적절히 24시간 감시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검역소와 공조하여 외국인 항공사 직원을 포함한 밀접 접촉자와 70명에 가까운 일상 접촉자를 잘 관리하여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인천시의 경우 인천공항이 메르스 최초 발병자의 국내 유입 경로가 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논조에 찬성한다.

인류 역사에 기록되는 대규모 유행병은 인류의 기동성 증가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유럽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14세기 페스트도 중앙 아시아 초원지대에서 내려온 처음 수 세기 동안은 산발적으로만 발생했지만, 12~13세기 도시가 커지고 항해술 발달로 교역과 이동이 확산되면서 전 유럽을 휩쓴 대유행으로 번졌다.
유럽 인구가 1억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되던 그 시대에 2600만명을 희생시킨 이 참극은 설에 의하면 한 명의 제노바 선원에 의해 시작했다고 한다.

숫자로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유행병은 1918년 1차 세계대전 중 미군 병영에서 처음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다. 이 유행병은 전후 미군들이 대거 귀환하면서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전사자보다 더 많은 2500만~5000만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인구 대국 인도가 이때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인구 감소를 기록했다고 한다. 민간 항공 여행이 폭증한 1957년과 1968년에도 수백만 명이 사망한 유행성 독감이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 2003년 중국과 동남아에서 사스가 700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했고, 2014∼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가 1만명 이상 사망자를 냈다. 금세기 유행병들의 사망자 수가 20세기 이전보다 인명피해 수가 줄어든 것은 인류도 진화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의학의 발전이다. 20세기 초 수천만명의 인명피해를 낸 스페인 독감의 원인균이 지난 2005년 알래스카의 한 여성 시신에서 분리되어 인플루엔자 A형의 아형으로 밝혀졌는데, 오늘날 타미플루로 치료가 가능하다.
국제 이동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종 유행병이 과거에 비해 조기에 국지적으로 끝난 데에는 방역기술과 프로토콜의 발전도 기여했다.

중세에는 전염병 환자가 들어오면 저주하며 돌을 던져 쫓아냈지만 지금은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과 차분한 대응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그 차이를 186명이 감염되고, 1만6752명이 격리되고, 38명이 사망하여 준전시 상황까지 치달은 2015년과 확진자 이후 한 명의 감염자와 사망자를 내지 않은 이번 사태가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3년 간 국민의 의식도 진보하고 음압병실 확보, 병실문화 개선과 방역 시스템 정립 등 시스템도 잘 구축했다는 증거이다.

정부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연구 결과 전국 5개 권역 (인천·중부·호남·영남·제주)에 50병동 규모의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막상 인천은 수도권 옆에 있어서인지 가장 나중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인천은 실질적으로 섬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제공항과 국제항이 있는 국경도시이다. 그것도 30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이다. 두 번의 사태에서도 보듯 해외 유행병이 발생될 때마다 자유롭지 못한 경로도시임에도 지방정부와 사립대 병원이 매번 사태를 해결해 왔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2015년을 생각하면 역시 '보건은 국방에 준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는 치명적인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별도의 세션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빌 게이츠는 유행병 대비에는 연간 3조6000억원이 소모되지만 아무 대비 없이 유행병에 부딪힐 경우 약 606조3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015년 우리나라 메르스 사태에서는 10조6000억여 원의 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정도 타격을 생각할 때 인구 300만명의 최단 국경도시 인천에 수도에 준하는 규모의 보건 방역 조직, 신종 감염병과 생물 테러에 대한 방역, 치료와 교육을 담당할 권역 감염 전문병원이 없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비용 중복이 문제라면 수도(首都)의 조직을 인천으로 이전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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