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나 음식, 뭐든 부족하면 이 돈으로 해결'하라며 통장을 제자들에게 맡겨 관리하도록 했다는 걸 알고선 고인의 제자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생각했고, 사실 무척 놀랐습니다."
항상 선수를 먼저 생각했던 스승, 월급통장을 제자들에게 맡기고 알아서 사용하도록 했을 만큼 모든 걸 내줬던 스승, 그래서 제자들이 진심으로 아버지처럼 섬겼던 스승.
지난달 30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고 김경식(향년 51세) 인천시청 역도 감독 이야기다.
그는 평소 "우리는 역도장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역도와 제자들을 사랑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90년대 인천역도연맹 지도자 시절부터 제자들을 끔찍이 아끼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리나라 역도의 자랑으로, 세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 및 전국대회에서 모두 100개가 넘는 메달을 딴 안용권(36)도 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역도를 시작한 인천남중 시절 처음 인연을 맺은 둘은 사제지간을 넘어 부자지간으로 보일 만큼 돈독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아 처자식이 없었던 김 감독의 장례식에서 상주노릇을 한 안용권은 이후 '제 스승이자 아버지이신 김경식 감독님 마지막 가는 길에 애도를 표해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을 정도다.
지난해 은퇴한 안용권은 장례식 후 고인 대신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돕고자 무보수로 코치 역할을 맡았다. 안용권은 "중학교 때부터 합숙하며 함께 지냈다. 늘 제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분이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버지처럼 의지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김소화 등 선수들도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쳤던 김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항상 아버지 같았다"고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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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변에선 고인이 통장까지 내주며 제자들을 돌봤다는 사실까지는 전혀 몰랐다.
고인은 인천역도연맹 지도자로 활동하다 2008년 인천시청 감독이 됐고, 2010년부터 통장을 제자들에게 맡겼다. 수줍음이 많았던 고인은 이를 숨겼지만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 시체육회가 체전 기간 필요한 비용을 9월 고인에게 지급했는데,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규정상 이를 회수해야 했다.
깊은 슬픔에 빠진 유족에게 반납 요청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 난처해하고 있던 즈음, 우연히 들른 선수들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통장 우리가 관리해요. 유족에게 알리고 돌려드릴게요"라며 하루 만에 반납을 완료한 것.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고인의 삶에 숙연함을 느꼈다.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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