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라인서점·전자책에 밀려 남은 곳 75곳뿐
복합공간 운영 등 고군분투 … "공공 지원책 필요"

 

가득 차 있어야 할 서점 책꽂이는 이 빠진 옥수수처럼 빈 공간이 듬성듬성하다. 한창 장사가 잘 될 때 6명까지 직원을 뒀던 인천 남동구 내 이 서점은 이제 직원 2명이 번갈아가며 '지킬' 뿐이다. 점장과 대화를 나누는 40분 동안 서점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지만 동네서점은 여전히 시린 겨울이다. 대형 온라인 서점과 중고매장, 전자책의 등장은 인천만이 아닌 전국 동네서점의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15일 인천시가 올해 전수조사해 발표한 '인천책지도'를 보면 시내 영업장을 두고 정상 운영하고 있는 동네서점은 75개소다. 2007년 157개소였던 서점 수가 10여년 만에 반토막 났다. 동네서점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생활 방식을 따라잡기 숨 가쁘다.

15년 이상 서점을 운영했다는 40대 점장 A(여)씨는 "동네서점들은 대개 학생들 교재 50~60%, 유아 서적 20%, 나머지 일반 서적 비율로 매출을 올렸다"며 "지금은 학교 시험이 없어지는 추세고 수행평가가 강조돼 교재가 안 나간다. 인건비랑 임대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활로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공공 영역의 정책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인천시의 동네서점 활성화 지원 사업 예산은 9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은 '인천책지도'를 만드는데 사용됐고 나머지는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여는 독서 관련 행사 예산으로 지원됐다.

그럼에도 서점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복합문화서점을 지향하며 지난해 9월 문을 연 남동구 논현동 '마중물 문화광장 샘(마샘)'은 문화공연, 기획강좌, 교양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점 내에는 공연장, 갤러리, 카페, 세미나룸, 어린이서가도 마련했다.

올 1월 담배가게였던 공간을 빌려 문을 연 동구 화수동 '책방 모도'는 책 900권 정도를 보유한 소규모 서점이다. 두 서점 모두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온라인 서점에서 충족시켜줄 수 없는 문화욕구를 주민들과 함께 채워나가려 한다.

이재필 마샘 대표는 "주민들이 많이 호응을 해주시지만 녹록지 않다"며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에 서점도 포함된다고 본다. 따라서 이에 준하는 공공 영역의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