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①항의 조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개인이 갖는 기본권 중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에 이어 "자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신체의 자유는 나이나 조건 혹은 성별의 차이와 같은 조건을 삼지 않는다. 헌법은 '모든 국민'으로 표현해 학생이라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유보당해야 한다거나 제한을 받는다는 조항을 그 어디에도 두지 않고 있다.
헌법을 어기면 누구나 합당한 처우를 받는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왜 유보해야 하는가. 이는 과연 정당한지 살펴볼 일이다.

얼마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를 공식 선언하고, 일선 학교들이 이를 반영하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두발 자유화를 '개성실현'의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조례 제정 6년여 만에 재확인하고 이루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지 6년이 지났는데 왜 학생인권은 그동안 홀대를 받고 있었는가.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때는 지난 2010년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것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곳은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과 광주광역시, 전북이 전부라고 한다.

2012년 서울시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에는 완전한 두발 자유가 명시되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서울시교육감이 두발 자유화를 재차 선언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가 '학교 규칙으로 두발 등 용의복장을 규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법원에 무효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그 영향력을 봉쇄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소송들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에서 근거부족으로 연이어 각하 또는 기각 판결을 받았다. 사실이 그러한데도 학생인권조례를 거부하는 일부 학교에서 두발규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겠다며 시행령을 악용하고 있었다.

두발 자유화가 정말 일부 교원단체나 학부모들의 우려와 같은 교권침해로 이어지는가. 이것이 이번 이슈의 가장 핵심이다.
이미 공립 대안학교를 비롯한 상당수 학교에서는 두발 자유를 포함한 교복이나 복장에 대한 규제를 풀고 완전자율화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증명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을 말하면,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하는 곳이다.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통제와 단속으로 길들이는 규제가 진정한 민주적 교육인가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이란 길들이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의 집단적 합의와 자율적 판단으로 이끌어 내야 할 민주적인 교육의 과정이 아닌가.
지연된 정의의 실현은 두발 자유화뿐만 아니다. 오래 묵은 두발 자유화를 계기로 체벌, 교복자율화, 강제적인 자율보충학습, 각종 차별, 성폭력과 성희롱 등 학교 안 학생인권 문제를 민주적으로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증언되고 있는 '스쿨미투' 또한 학교 현장에서 유린되고 있는 우리 자녀인 학생들의 인권 문제다. 학생들을 인간으로, 또 시민으로 존중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학교가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낼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학생인권을 억압하거나 제약하기 위해 만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 등을 마련해 전국 학생인권 개선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