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제주도 행' 학부모는 금액 부담 속앓이 … "뻔한 일정도 문제"
"그 좋은 제주도 간다는 거 말리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에게 건네받은 수학여행 안내문에 '제주도'행으로 적힌 걸 보고 A(41)씨는 금액부터 확인했다. 35만원 정도. 역시 돈이 문제였다.

여기에 벌써 며칠 전부터 "수학여행 때 입을 가을 외투 사 달라"고 조른 딸 부탁과 여행 때 쥐여 줄 용돈도 더해야 했다. 합쳐 5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A씨는 "집안 사정상 부담되는 액수지만 요즘 흔하디흔한 제주도 여행에 30~40만원도 못 쓰냐는 말 나올까 봐 학교 결정에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주로 고등학교에서 통용되던 '수학여행=제주도' 공식이 이젠 초등학교로 번지는 추세다. 수학여행 날짜로 인기가 높은 9월~10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겠다는 초등학교가 인천에만 십여 곳이다.

14일 인천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9~10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초등학교 10여곳 보고서를 살펴보면, 학생 1인당 징수액은 30만원에서 40만원 초반 사이다. 6학년이 많았고 5학년, 4학년부터 가는 경우도 있다. 반면, 국내 내륙지역을 선택한 초등학교들은 보통 15만원 이내 수준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에선 법정 차상위 계층 자녀와 도서지역 학교를 제외하면 수학여행비 대부분은 학부모 부담"이라며 "장소는 학교 내부 회의, 투표 등을 통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수학여행은 내용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천제연폭포, 성산일출봉, 제주민속촌 등 초등학생 수학여행 일정이 고등학교 수학여행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 체험 문화 확대를 위해 가정에서도 노력하는 만큼 수학여행이 기존보다 발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초등학생 학부모 김선영(39·계양구)씨는 "근처 강화도를 가더라도 재밌는 테마 활동을 내세우는 게 더 반갑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