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의 부평, 추억과 음악이 흐른다

 


26·27일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 일대 … 홍대클럽과 '부평밴드페스티벌' 재정비
첫날, 애스컴시티 프로젝트 마련 … 미군부대 중심의 부평 음악 역사 경험
둘째날, 아티스트·아시아밴드 공연 '잔나비 등 9개팀 출연' … 뮤직포럼도 개최

축제의 계절 10월,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부평에서 대중음악과 그 역사를 되짚어보는 축제가 열린다. 해방과 한국정쟁 이후, 부평구 일대에 '미 군수지원 사령부 애스컴(ASCOM)'이 들어서면서 부평을 '애스컴 시티'라 불렀다. 애스컴이 들어서면서 대중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클럽들이 성업하게 되고, 부평은 대중음악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한다. 로큰롤과 스윙재즈가 한반도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던 이곳, 당시 애스컴 곳곳에서 피어났던 음악 열정을 우리도 체험해 보자. 오는 26일과 27일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 일대에서 '부평음악도시축제 뮤직게더링'이 열린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을지 축제를 둘러보자.

#새로운 이름과 마음가짐으로 '부평음악도시축제 뮤직게더링'
'부평음악도시축제 뮤직게더링'은 2015년부터 3년간 대중음악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온 '부평밴드페스티벌'을 재정비, 새롭게 기획됐다. 밴드에 국한되었던 축제 명칭을 '음악도시축제'로 확장해 국내 대중음악의 새로운 지역거점으로 부평을 상징하고, '게더링'으로 부평의 대중음악인을 모으고, 소통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축제는 홍대 라이브클럽협동조합과 공동주관으로 국내 대중음악에 부평을 음악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홍대는 지난 10여년 이상 이어져 온 라이브클럽데이와 음악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음악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밴드들과 함께하며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큰 영향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평은 이런 흐름과 함께 부평이 가진 음악적 잠재력과 미군부대 주변 클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음악 역사가 만나 음악도시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음악도시 부평, 과거와 만나다
축제 첫날에는 역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미군부대 에스컴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평의 음악역사를 경험해보는 '에스컴시티 프로젝트'가 부평 3동에서 열린다. 이곳은 예전에 클럽들이 밀집해 있던 지역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에스컴 시티의 음악적 재창조 프로그램'으로 당시의 문화와 음악을 재해석하고, 재현하는 토크 콘서트와 버스킹, 동네탐방, 전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동네탐방의 경우 미군부대가 있을 당시 그곳에서 살았던 주민이 직접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 한켠에서 프리마켓도 진행돼 축제를 풍성하게 꾸며준다.
음악감독으로는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가 참여하고, 지역의 주민과 음악인들이 기획과 운영에 참여해 축제를 더욱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울러 이번 축제는 인천, 부평의 라이브 클럽 문화 활성화를 위한 라이브클럽스테이지가 홍대 제 42회 라이브 클럽데이와 함께 개최된다. 인천에서 중요한 음악적 역사를 가진 3개의 클럽이 참여할 계획이다. 부평에 있는 락캠프, 신포동에 있는 버텀라인, 주안에 있는 쥐똥나무에서는 각 공간의 특색에 맞는 무대들이 펼쳐진다. 더불어 홍대 앞 10개 클럽과 공연장에서 동시에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라이브클럽스테이지는 유료로 진행되며 각 클럽으로 문의하면 된다.

#부평에 '핫'한 인디씬들이 모인다
둘째 날에는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줄만한 무대가 마련된다.
공연은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과 달누리 극장에서 뮤직시티, 뮤직클럽, 뮤직라운지 3개의 무대로 진행된다. 각각의 무대에서는 콘셉트에 따라 다채로운 공연이 꾸며진다. 현재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팀부터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 아시아 밴드 등 총 9개의 팀이 출연한다.
현재 인디씬에서 가장 뜨거운 팀으로 각광받으며 각종 페스티벌과 방송에 출연하면서 올해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그룹사운드 '잔나비'와 깊은 음악성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 '선우정아', 록 페스티벌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로맨틱펀치'가 메인무대인 뮤직시티에 오른다.
이어지는 뮤직클럽 무대에서는 해외 밴드를 만나볼 수 있다. 국내 첫 내한공연을 갖는 일본 인디 록밴드 '더 밴드 어파트', 대만 대표 밴드 중 하나인 '엘리펀트 짐', 음악뿐 아니라 독특한 아트윅으로 각광받는 밴드 '웨터', 최근 정규2집 'Age' 발매로 음악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록밴드 '라이프앤타임'의 공연이 열린다.
뮤직클럽 공연은 오후 2시30분부터 선착순 입장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뮤직라운지에서는 독보적인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곡가이자 비브라포니스트 '마더바이브'와 다양한 어쿠스틱 악기로 구성된 '신나는 섬' 공연으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공연도 보고, 공부도 하고
공연과 더불어 뮤직포럼도 진행된다. '음악도시 부평의 비전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은 부평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부평구문화재단과 라이브클럽협동조합,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나갈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은 3가지 발제를 논의한다. 문화특화지역 조성 및 문화도시 추진 계획, 지역 대중음악씬으로서 홍대씬의 성공 사례 발표, 아시아에서 지역 도시에서의 대중음악 씬의 사례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지역 대중음악씬 구축을 위한 홍대와 협력 및 네트워크 방안 논의'를 주제로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사진=부평구문화재단
 

▲ 최정한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 총괄기획가
▲ 최정한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 총괄기획가

 

[미니 인터뷰] 최정한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 총괄기획가
"연속성 있는 축제 만들고파 … 경인권 음악플랫폼 될 것"

"도시에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부평하면 '음악'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12일 앞으로 다가온 뮤직게더링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최정한(61) 총괄기획가는 "부평 지역의 에너지를 모아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 있는 하나의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순히 산업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지역씬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대중음악이 더욱 풍성하게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번 축제의 명칭을 '뮤직게더링'이라 정한 것은 부평지역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나아가 경인권 지역의 뮤지션들이 부평으로 모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서울과 근접해 있다는 이유로 많은 뮤지션들이 인천보다는 서울을 택하곤 해요. 경인권에도 음악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곳이 바로 부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그는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정확한 타겟층을 정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대부분의 축제는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 뮤직게더링은 젊은 사람들이 즐기고,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축제 이후에도 꾸준히 공연을 하고, 음악인들을 도울 수 있는 활동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음악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평이 음악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해요. 이번 축제에 이웃 주민들 손을 잡고 오셔서 아트센터를 꽉 채워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첫날에 진행하는 애스컴시티 프로젝트를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