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강이 그린 대협곡 … 일출·일몰이 다시 빚다
▲ 모하브포인트에서 바라본 그랜드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은 강물의 침식력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콜로라도강이 장구한 세월동안 콜로라도고원의 대지를 파헤치며 깊은 협곡을 만들어냈다. 멀리 아래로 지층을 침식한 토사에 의해 황톳빛의 흘러가는 콜로라도강이 보인다.

 

 

▲ 그랜드 캐니언의 관광안내소 비지터센터. 비지터센터 내부에는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과정, 화석, 생태계와 역사 등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으며, 이곳 원주민들이 만든 각종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 모란포인트에서 바라본 바라본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 동쪽 방향의 모란포인트에서 관광객들이 일몰을 기다리고 있다. 풍광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깊은 협곡지대 내부에서는 다른 곳과 단절된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동식물들이 있어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큰 곳으로 알려졌다.


그랜드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그리고 데스 밸리,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미국 서부는 아름답고 멋진 풍광을 지닌 특이 지형들이 곳곳에 산재한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지형 12곳을 선정하여 지형경관을 중심으로 자연사적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른 아침 렌트해 네 시간 반가량을 줄곧 달려 정오경에 도착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미국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광활한 대지에 직벽에 가까운 거대한 협곡이 끝없이 펼쳐진 곳으로 자연의 위대하고도 신비한 풍광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미국 중서부 애리조나주 북부의 그랜드 캐니언이 바로 그곳이다.

그랜드 캐니언은 길이 446km, 폭 6-30㎞, 깊이 1.6㎞에 걸친, 한국으로 치면 서울과 부산의 고속도로 길이보다 긴 대협곡이다. 그렇다면 장대한 그랜드 캐니언은 어떻게 해서 형성된 것일까?

협곡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요인은 다양하다. 이끼류의 뿌리에서 내뿜는 유기산에 의해 암석이 풍화되고 낮 동안 사막의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암석은 팽창하고 밤에는 급격히 냉각되어 수축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암석이 쉽게 풍화돼 파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거대한 협곡을 만든 최대의 일꾼은 콜로라도강이다. 강줄기가 쉼 없이 흘러가면서 지표를 깎아내어 물길을 넓혀가면서 지금의 거대한 협곡을 만든 것이다. 강물의 침식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27년 대홍수 때 흘러간 퇴적물의 운반량을 측정한 결과, 약 5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그랜드 캐니언의 양쪽 절벽 지층에는 약 20억 년 정도의 지구의 유구한 시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바닥에는 약 20억 년 전에 형성된 화강암과 편마암 위주의 비쉬누기반암이, 그 위로 12억-7억 년 전에 형성된 그랜드캐니언 퇴적암그룹이, 그 위로 다시 지층 3분의 2를 차지하는 5억7000만~2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고생대 지층이 쌓여 있다. 이처럼 지구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그랜드 캐니언은 지구의 형성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지질학의 교과서와도 같은 곳으로 지형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

그랜드 캐니언의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지층은 이처럼 오래됐으나 협곡 자체의 형성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약 7000만 년 전 태평양판과 북아메리판의 충돌로 미국서부의 산맥이 형성될 당시 콜로라도고원이 약 3000m 이상 융기했다. 이 때 그랜드 캐니언 일대는 단층과 습곡과 같은 커다란 지각변동을 크게 받지 않아 수평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고원 위를 흐르는 콜로라도강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면서 지표를 서서히 깎아내어 지금의 거대한 협곡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데 그 시기가 약 1000만 년 전의 일로 추정된다.

그랜드 캐니언은 협곡을 기준으로 북쪽의 노스 림과 남쪽의 사우스 림으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말하고 찾는 곳은 사우스 림이다. 그 이유는 사우스 림이 교통이 편리하고 위락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특히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무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 림은 다시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를 중심으로 이스트 림과 웨스트 림으로 구분된다. 계곡 곳곳에는 전망 포인트가 많으며 무료셔틀 버스가 운행돼 쉽게 포인트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그랜드 캐니언은 비슷한 풍광이지만 포인트마다 조금씩 다르고 특히 시시각각 태양의 위치에 따라 협곡이 다양한 모습을 띠는데, 특히 일몰과 일출 때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랜드 캐니언이 유럽인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1540년 에스파냐 원정대에 의해서이며, 이후 미국의 군인출신 파웰이 1869년 3척의 나무배를 타고 강을 따라 종단 탐험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랜드 캐니언은 뛰어난 풍광으로 인해 이후 여러 개발 압박을 받았으나 개발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성을 유지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으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26대 대통령으로 뉴딜정책을 펼친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아님)의 노력으로 일찍이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

이우평 지리교사는

△ 충주고, 공주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리교육과 졸업
△ '한국지형산책 1·2', '모자이크 세계지리' 등 다수 서적 출간
△ 교과서 '한국지리, 세계지리,통합사회' 등 집필
△ '과학동아', '독서평설', '월간 산' 등 저널 연재를 통해 지리의 대중화에 기여
△ '네팔 히말라야 원정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일간지 연재
△ 현재 부광고 교감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