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철 시영1차아파트 주민모임 대표
▲ 연수구 시영1차아파트 주민모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고영철 대표.

노인·기초수급 세대 위해 실버택배 등 생산활동 개발
소통 목적이던 수어모임 공연 초청 받는 모임으로 성장







"그저 우리 주민들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고영철(63)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연수구 시영1차아파트 주민모임 이름은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이다.

길고 독특한 모임명은 고 대표가 제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누구나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만들자'가 출발점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름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듣는 사람들마다 쉽게 기억하거든요. 매년 지역 대회나 공모대회에서 우승하는데 이름 덕도 봤지 않나 싶어요."

사실 이는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곳이 영구 임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전체 1000세대 중 600여세대는 기초생활수급자이고, 67세대는 홀몸어르신 세대다.

주민 중 60% 이상은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있다. 하지만 고대표가 만난 주민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원했다.

"처음 이사 와서 받은 요청이 공모전 서류 작성이었죠. 풍물놀이든 컴퓨터든 무언가를 배우고 싶지만, 주민들이 작성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주민들의 수요를 찾아내고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 됐습니다."

현재 아파트 내 주민 사업은 8개다. EM(유용미생물)발효액 만들기, 컴퓨터 정보화 교육, 장애인·홀몸어르신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 경비원·미화원 등 아파트 내 일꾼들과의 간담회 등이다.

교육 위주였던 사업은 차츰 이웃과 함께 하는 행사로 넓어져가고 있다.

특히 고 대표가 자랑스러워하는 사업 중 하나는 단지 내 실버택배다. 2016년 연수구노인인력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통해 생겨난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직접 만든 EM발효액을 센터에 공급하거나 외부 어르신들이 화단을 돌보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하나는 수어모임 '통짱언니들'이다. 작년부터 주민 80여명이 참여하는 통장들의 소모임이다.

사실 이는 단지 내 청각장애를 가진 주민 30여명과 소통하려던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주민 가까이서 민원을 들어야하는 통장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다른 주민들이 일주일에 2~3회 배운다면 통장들은 1~2회씩 더 배웠어요. 그렇게 배운지 1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탈 줄은 꿈에도 몰랐죠. 연습공간도 없어서 주변 공원, 운동장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연습했었거든요."

통짱언니들은 올 5월 인천 지역 수어대회에서 우승한데 이어 9월에는 지역 대표로 나간 서울수어문화제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지금은 각 지역 축제에 초청 받아 수어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성과에도 그는 아직도 목마르기만 하다.

"주민들 대부분 생산적인 활동을 하길 원하더라구요. 시범수업이었던 EM비누 만들기도 신청자 모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재료비 등 함께 드는 비용이 많다보니 모두 추진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저희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 지원 제도가 더 늘었으면 합니다. "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