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정경부 기자

 

'협치'란 단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주로 정치권에서 서로 다른 정당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친다는 의미로 등장하는 용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날부터 협치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게 된 것도 남북 두 정상의 협치로 이뤄졌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어제 오늘 인천 정치권엔 '가장 절실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300만 인천시민은 국회의원 13명을 선출하며 입법권과 함께 '엄중한 명령'을 내렸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인천을 만들라는 명이었다.

그러나 13명의 의원은 시민의 '명령'을 뒷전에 두고 제 잇속 챙기기에 열을 올렸다.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인기가 높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고, 국토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2개 상임위에만 6명이 몰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인천지역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세 자리나 차지하고도 정작 전체 인원수보다 적은 10개 상임위에 들어가는 데 그치고 말았다. 모두 17개 상임위에 흩어져 있는 인천의 주요 현안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상임위 배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런 의원들의 '과욕'은 10일부터 시작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감사 공백'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7개 상임위 중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무려 7개 상임위에서 공백이 발생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해사법원 유치 ▲인천국세청 설립 ▲인천신항 조기 확장 ▲송도국제도시 악취 문제 ▲2032년 하계올림픽 분산 유치 등 지역 현안의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만 셈이다.

인천지역 여야 간 협치가 실종됐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3명의 의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시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역할을 분담했다면, 감사 공백이란 '대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천지역 의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민에게 받은 명령을 다시 되새기고, 지역 발전을 위한 '원팀'을 꾸려야 한다.
협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