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주민 불 난 이후 알아
정보공개 안돼 존재도 몰라
지자체 안전등 대책 권한밖
언제든 부주의 사고 날수도
"화학물 유출 사고와 닮은꼴"

 

"우리 지역에 저유소가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아니 그 전에 저유소가 뭔가요?"

10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일대를 지나던 한 주부에게 사흘 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역 저유소에 대해 묻자 거꾸로 질문이 돌아왔다. 주부 뿐 아니라 지역의 대다수 주민들도 "불이 나고야 알았다"는 등 저유소 존재 자체를 모르는 반응을 내놨다.

위험물 시설인 저유소에 대한 관계당국의 안전 체계가 인근 주민들에게 단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불이 난 고양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말고도 경기지역 곳곳에 '기름 저장 탱크'가 산재해 있어 대책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경기도, 시·군 등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가 운영하는 저유소 시설은 고양을 비롯해 성남 판교·대전·천안 등 8곳이 있다. 반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지자체들이 구체적으로 파악한 자료가 없다.

'국가기간시설'로 구분되는 저유소를 허가하고 관리하는 등의 주체가 산업통상자원부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안전 대책을 마련할 권한도, 조례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산자부의 안전 시스템은 주민들에게 안전수칙은커녕 저유소 존재 자체도 제대로 알리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다.

지난 7일 고양 저유소 폭발화재처럼 언제든 부주의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열려있었다는 셈이다.

산자부-지자체 간 협조체계도 없었다. 당장 고양시도 화재발생 직후 저유소에 대한 정보가 미비해 대응에 혼선을 빚었을 정도다.

고양시는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를 지역 차원에서 예방하고, 즉각 대응하는 '지역 안전시스템'을 구축해놨지만, 권한 밖이라는 이유로 저유소 부분은 제외했다.

시 관계자는 "저유소는 관련 조직도 없고 정보도 미비했다"며 "모든 권한이 산자부에 있어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 등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2년여 전 경기도에서 도내 저유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산자부에게 자료를 요청했다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거절 된 사례도 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 정유소가 보유한 저유소는 전국 107개, 총 1945개의 저장탱크가 있다. 석유 보관량은 2649만㎘에 달한다.

도내에는 대형 저유소만 총 5곳이 있고, 평택 등 일부는 500m 안팎에 주택이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관련 시민단체는 '알권리' 부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번 저유소 사고는 많은 주민들이 정보를 몰랐던 점에서 과거 화학시설 관련 사고와 닮아있다"며 "중앙정부가 알권리 측면에서 적극 나서고, 복잡한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